매일신문

신춘문예의 계절 문학열병을 앓는 후배에게...

찬바람이 불고 가을이 종점으로 다가설수록 분홍빛 가슴이 뒤설레는 사람들이 있다. 일간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을 꿈꾸는 예비작가들이다. 문학지망생들의 등용문인 신춘문예의 계절이 다시 찾아왔다.

이맘때면 문단의 중견시인들이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의 시인들에게 주고 싶은 말들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매일신문은 2003년 신춘문예 공모(12월 12일 마감)와 함께 역량있는 신인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리며, 선배 시인들이 내일의 시인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간추려 본다. 여기에 '시를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화두가 담겨 있다.

신경림 시인(1956년 문학예술 추천)은 먼저 "남들도 알아볼 수 있는 시를 써달라"고 당부한다. 자기 자신도 잘 모르는 시, 억지로 만든 시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또 시를 너무 마구들 써대니까 시의 인플레가 생기고 독자로부터 외면을 당한다며, 자기 작품이라도 과감히 버리고 취하는 용기가 없으면 좋은 시를 쓰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유행에서 과감히 벗어날 것을 강조했다. 남들과 달라야 좋은 시이지, 남들이 다 쓰는 그런 류의 시를 써서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반문이다.이근배 시인(1962년 동아일보·경향신문 시·시조 당선)도 "이미 누군가 즐겨쓰는 시의 아류나 한창 유행하는 시류에 휩쓸리지 말 것"을 권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려면 기록을 깨뜨려야 하듯이 당선을 움켜쥐려면 기성의 벽을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시문학사의 줄기에 한치 높이의 새순을 내밀겠다는 의욕을 가지라는 당부이다.

도광의 시인(1966년 매일신춘문예 당선·대구문협 회장) 역시 신춘문예 응모자 대부분이 유행에 따른 언어감각을 추구하다 보니 기성 시인들의 작품을 교묘하게 표절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고 경고했다.

이런 경우 더러는 뒤늦게 표절사실이 드러나 당선이 취소되기도 하지만, 경륜있는 심사위원들의 눈을 속이지는 못한다며, 개성있는 시적 표현을 주문했다. 도 시인은 "시는 새롭고 정직해야 하며 언어를 보석처럼 갈고 다듬어야 한다"며 "작품 속에 조용한 자기만의 메시지를 담으면 더욱 좋다"고 했다.

강문숙 시인(1991년 매일신춘문예 당선)은 "너무 성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담금질을 충분히 하라"며 "자기만의 이야기보다는 이웃과 사회로 시선을 확대할 수 있는 따뜻한 시적 가슴을 지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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