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은 우리 겨레와 매우 친숙한 동물이다. 개국 신화인 단군신화는 새삼 떠올릴 필요조차 없다. 곰에 대한 지명만도 너무나 많다. 웅천 웅진 웅촌 웅강 웅산이 그렇고, 곰주로 불렸던 공주와 곰강으로 일컬어졌던 금강도 곰에서 유래됐다.
더구나 천년기념물 329호로 지정돼 있는 '반달가슴곰'은 우리 민족에게 특별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신화를 떠나서도 곰은 한민족 역사 형성기에 중요한 문화적 영향을 주지 않았던가. 인간이 이 땅에 살기 수만년 전부터 살아 왔으며, 우리 민족이 한반도에 터를 잡은 뒤에도 수천년을 더불어 살아 왔다.
▲이 땅에 살 권리는 사람뿐 아니라 사람보다 오래 전부터 살아온 모든 동식물들도 가질 권리가 있다고 봐야 한다. 반달가슴곰이 1960, 70년대에 사냥과 밀렵으로 대량 학살돼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다행히 지리산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말이 나돌았다. 하지만 최소한 50마리는 돼야 멸종을 면할 수 있으므로 20년 내에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지리산 야생 반달곰의 서식 사실이 정부 당국에 의해 처음으로 공식 확인돼 여간 반갑지 않다. 주요 서식 가능 지점인 해발 1천120m 계곡 산허리에 설치해둔 무인카메라의 필름에서 상체를 내민 반달곰의 모습이 뚜렷하게 잡혔기 때문이다. 가슴의 'V'자형 흰털이 잡히지는 않았으나 얼굴이 둥글고 머리가 큰 점, 주둥이가 뭉툭하고 이마와 귀밑이 넓은 점 등 반달가슴곰의 특징이 드러났고, 사육 중인 반달곰이 탈출한 사례가 없어 야생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는 낭보다.
▲현장을 분석한 전문가들은 반달곰이 인근 물웅덩이로 물을 먹으러 왔다가 무인카메라에 포착된 것으로 보고 있는 모양이다. 또한 털과 배설물, 나무 상처, 나무 위에 가지를 엮어 만든 휴식 공간인 상사리 등으로 볼 때 그 일대에 암수와 새끼 등 한 가족이 살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기도 하다. 방사 반달곰 관리팀 한상훈 박사도 2000년 11월 모 방송국이 촬영했던 반달곰(암컷 추정)과는 다른 개체로 보여 '지리산에 현재 5마리 이상의 반달곰이 서식 중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하지만 이번 지리산 반달곰에 관한 정보 공개에 비판적인 견해도 없지 않다. '서식지 등을 알리는 게 멸종 위기 종인 반달곰 보호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지적이 그것이다. 이번 공개는 되레 멸종의 지름길을 열어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일 게다. 우리는 이들을 지켜줄 의무가 있다. 소극적인 밀렵 방지만으로는 안 된다. 지금 살아 있는 곰이 너무 적기 때문에 적극적인 복원·보호 정책이 필요하며, 국가적 지원이 따라야만 한다. 반달곰은 일단 멸종되면 어떠한 방법으로도 다시 살릴 수가 없을 것이므로….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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