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하회탈춤 파리공연 유럽이 '깜짝'

"쎄-마니픽!(C'est-magnifique!)".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프랑스 파리 몽마르뜨언덕 뷔프 뒤노르극장을 찾은 파리관객들은 동방에서 온 안동 하회별신굿을 보고 흥분했다. 모두 "놀랍고도 환상적이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10만원이 넘는 입장권은 공연 첫날부터 매진됐고 1, 2층 객석은 400여명의 관객들로 가득 메워졌다.

공연이 끝나자 자리에서 일어선 관객들의 잇따른 기립박수는 결국 퇴장했던 탈춤꾼들을 다시 무대로 불러 올렸다. 이메역 김오중(45)씨가 "당세 아벡 무와!(Dancez avec moi!함께 춤을 주자)"라고 프랑스말로 애드립을 던지자 흥에 겨운 관객들이 무대로 올랐다. 관객과 출연진들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예정에도 없던 뒤풀이 한마당이 무대에서 벌어져 앵콜 공연을 대신하기도 했다.

외국인 관객들로부터 앙코르박수를 받기는 지난 80년대 중반 하회별신굿 해외공연을 시작한 이후 이번이 처음. 특히 지구촌 문화의 중심지로 자기문화에 대한 자존심이 강하기로 유명한 파리지앵들이기에 탈놀이 보존회원들도 뜻밖의 반응에 모두 놀랐다. 할미와 초랭이의 풍자와 해학, 소 불알을 처들고 양반과 선비의 타락을 조롱하는 백정의 익살에 백안의 이방인 관객들은 공연내내 신기해 하거나 박장대소했다.

공연뒤 탈춤팀을 만나기 위해 극장 분장실을 찾아 온 파리 가을축제 예술감독 마르코비치 조세핀(56.여)씨는 "나무를 깎아 만든 탈에 표정이 살아 있다는 것과 악사들이 치는 길거나 짧은 풍무 장단이 탈꾼들의 심경을 표현, 관객들에게 전해 주는데 두번씩이나 놀랐다"며 한국의 탈춤을 극찬했다.

뷔프 뒤노르 극장은 1880년대초 건축된 돔형식의 이탈이아풍 건물로 건축주의 유언에 따라 영혼이 깃든 전통(고전)공연만을 엄선, 허가하는 등 클래식 연극 전용극장. 하회탈춤은 파리 가을축제가 계속되는 23일까지 이어진다. 18일 파리공연을 마친 이들은 포도주로 유명한 보르도로 떠나 두차례 공연을 더 가질 예정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권동순기자 pino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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