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폐광촌 미니고교 '영그는 꿈'

농촌 소규모 학교를 살리려 전 교직원이 헌신적 노력을 기울이 결과 진학희망 학생 전원이 진학하고 비진학생 100%가 취업을 달성했다. 화제의 학교는 문경시 가은읍 가은고교. 올해 3학년생 44명 중 진학 희망자 28명이 모두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다.

특히 2003학년도 대입 수시모집에서 고려대 2명, 연세대 1명, 경북대 3명, 안동대 5명, 금오공대 1명, 동아대 1명, 인천대 1명 등 진학자의 93%인 26명(일부 중복)이 4년제 대학에 합격하는 성과를 낳았다.

진학하지 않는 학생 16명도 3학년으로 진학하며 정보통신.간호.미용.디자인.조경.건축시공.기계.전자.자동차 정비 등 다양한업종에서 훈련 중이며, 100% 취업이 보장된 상태라고 학교측은 설명했다.

비진학생들은 2학년을 마치자마자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운영하는직업학교에서 1년간 교육을 받으며 재학 중 10차례 이상 흥미.적성검사를 받아 적합한 진로를 찾았고, 현재 기술 배우기에 한창이다.

작년 졸업생 56명 중 4명이 대학에 합격하고, 9명이 취업하는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올해의 성과는 실로 눈부신 셈이다. 이런 성과는 교직원과 지역주민들이 '학교 살리기가 곧 지역 살리기'라며 학교살리기에 발벗고 나선 덕분.

가은고교가 자리한 가은읍은 광산경기가 한창이던 지난 73년에 인구 2만3천명으로 읍 승격이 이뤄졌지만 90년대 폐광의 된서리를 맞으면서 현재 인구 5천여명의 소읍이 됐다.

가은고교도 한 때 전교생이 500명이 넘었지만 이젠 100여명에 불과할 정도로 소규모 학교로 위축됐고, 중학교 학부모들도 너도나도 시소재지의 큰 학교를 선호해 앞다퉈 전학가면서 자칫 학교의 존폐위기마저 거론됐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지역에 확산됐다. 학교측은 입시교육과 직업교육을 병행하며 농촌 고교의 갈 길을 찾았고, 주민들은 지역학교 보내기운동을 벌여 고향 학교 살리기에 나섰다.

개인지도를 병행한 입시교육은 학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으며 올해 확실한 효과를 나타냈다. 또 입시제도 변화에도 발빠르게 대응했다.

수시모집 응시생들을 위해 자동내신성적 산출프로그램을 도입, 어느 대학에 지원하는 것이 가장 유리한 지를 판단해 합격율을 극대화 할 수 있게 됐다.

비진학생들을 위해 특기.적성교육도 강화했고, 각 분야의 대학교수를 초빙해 진로안내 특강을 열며 농촌학생들의 정보 갈증을 해소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쇠락하는 농촌지역 소규모 일반계 고교의 생존방향을 제시, 전국적인 모범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주민 호응으로 학교살리기가 제자리를 찾자 경북교육청도 내년에 1학년 한 학급을 감축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김영옥 교장은 "과거엔 진학하려는 학생들에게 충분한 진학정보를 주지 못했고, 또 문제학생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며 "그러나 진학과정과 직업과정을 병행하면서 새 학교를 만들자는 노력이 이제서야 성공을 거뒀다"고 말했다.

문경.윤상호기자 youns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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