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갤러리 대표 이태(54). 중절모를 쓰고 다니는 독특한 외모와 어느 자리에서든 논쟁을 꺼리지 않는 직설적인 성격으로 유명하다. 사실 그가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외모 탓이 결코 아니다. 현대미술에 대한 남다른 애착과 공헌 때문이다.
93년 화랑을 시작한 이후 구상미술이 판치는 대구에서 줄곧 현대미술만 기획.전시해온 신념은 높이 평가된다. 그가 요즘도 "현대미술가는 독립군"이라는 얘기를 하는 것만 봐도, 춥고 배고픈 현대미술만 다뤄온 배경이 새삼 짐작되지 않겠는가.그런 그가 얼마전 큰일(?)을 치렀다.
그는 세계최고의 아트페어(미술견본 시장)인 '피악(FIAC)2002'에 한국에서 유일한 참가화랑으로 선정돼 파리를 다녀왔다. 그는 그곳에 찾아온 유명한 컬렉터인 이레나 뿌알란과 만났다.
프랑스에서 제일 유명한 빵의 명장 리오넬 뿌알란의 부인인 그녀는 지금까지 지역 현대미술가 최병소씨의 작품을 몇점 갖고 있을 정도로 시공갤러리에 우호적이었다.
그녀는 이태 대표와 점심식사를 같이 하면서 "작품이 무척 맘에 든다"면서 주위 친구들과 함께 작품을 모두 팔아주겠다고 약속했다. 휴가를 끝내고 다음달 3일에 만나자고 했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디자인 잡지 'AD'편집장을 불러내 이태씨와 인터뷰를 주선해주는 호의를 베풀기도 했다.
그는 아트페어가 끝났는데도 작품을 철수하지 못하고 트럭에 작품을 실어놓고 기다렸다. 약속 날짜가 됐는데도 연락이 없었다. 4일쯤 그녀의 비서에게 연락을 하니 지난달 31일 헬기사고로 부부가 사망했다는 청천벽력의 소식을 접하게 됐다.
언론에서 연일 빵의 명장 뿌알란 추도특집을 내고 프랑스 총리가 애도성명을 발표하는 등 프랑스 전역에 난리가 났는데도 이를 까마득하게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그는 큰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렸는데도 별로 아쉬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그는 "우리 작품이 외국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가 평생 돈과 별 관련이 없는 것 처럼 보이는 것도 이런 기질 때문인 듯 하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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