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끼리는 왜 항상 헐뜯어야 하나".
요즘 KBS와 MBC 일일 연속극을 보고 있노라면 이런 푸념이 나온다. 두 드라마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지만 이런 현상은 점점 심해져 간다.KBS 1TV '당신 옆이 좋아'는 한 남자를 둔 여자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친자매인 문희와 재희는 수년째 한 남자 민성을 가운데 두고 사랑싸움을 하고 있다. MBC '인어아가씨'도 마찬가지. 주왕을 사이에 두고 이복자매인 아리영과 예영이 다투고 있다. 진섭과 경혜, 아리영은 원래 한가족이었지만 경혜의 후배 심수정과 진섭이 사랑에 빠지면서 아리영과 경혜는 버림받는다.
아리영은 복수를 결심, 은섭과 심수정 사이에 난 딸인 예영의 약혼자를 빼앗는다는 설정이다.
두 드라마에는 여성들의 캐릭터가 왜곡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인어아가씨'의 예영은 집안 좋고 직업도 있었기에 남부러울 것이 없지만주왕의 사랑을 잃고 난 후 정신이상자가 된다. 예영의 애인 주왕을 뺏는 아리영은 주도면밀하고 치밀하게 주왕을 유혹한다.
'당신 옆이 좋아'의 재희도 마찬가지.가족도, 양심도 버리고 오로지 민성을 빼앗는 것이 인생의 목표다. 일일극이 보여주는 여성은 오로지 남자를 차지하기 위해서 수단을 가리지 않는, 사랑이 전부인존재로 묘사된다. 반면 남성은 사회적 지위가 높을 뿐더러 일과 사랑을 병행시킬 수 있는 이성적인 존재로 그려진다.
각 사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시청자들의 시선도 곱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당신 옆이…' 홈페이지에는 "재희의 허영심은 자칫 청소년에게 수단과 방법을가리지 않고 목적을 달성한다는 그릇된 사고방식을 심어줄 수 있다"(아이디 j7985), "너무 흥미위주로 자극적인데다가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극대화하면서계층적 위화감을 조성한다"(아이디 kjwwelfare)등의 지적이 많다. '인어아가씨' 홈페이지 역시 마찬가지.
요즘 젊은이들이 '섹스 앤드 시티' 등과 같은 해외드라마에 열광하는 이유는 공감할 수 있는 소재와 탄탄한 줄거리에 있다. 우리 일일극도 현실성을 회복하고 시청자의 공감대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애초에 밝힌 기획의도 '발랄 하고 시대정신에 입각한 드라마'(당신 옆이…), '결혼에 담긴 신성한 의무와 사랑에 담긴 진실에 대한 드라마'(인어아가씨)로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온 것일까.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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