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이공계(理工系)의 명암

우리 교육계를 짓누르고 있는 화두 중 하나가 이공계 기피현상이다. 이(理) 즉 기초학문은 진작 난파됐고, 한때 잘 나가던 공(工)마저 몰락하고 말았다는 이야기다. 이공계 위기는 올 대학 입시의 자연계 응시생이 전체의 30%에 불과하다는 사실로써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추세가 장기화 될 경우 10~20년 뒤 우리나라에는 미래가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가득하다. 자원은 없고, 인구는 과밀상태인 나라에서 기술개발이 안되면 어떻게 살아갈 것이냐는 걱정들인 것이다. 그래서 군 장교를 키우듯 이공계 대학원생들을 육성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공계 위기는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수준 높은 과학기술을 자랑하는 영국에서도 이공계 기피가 보편화된 현상이다. 지난 5월 영국학생연맹이 전국 30개 대학 졸업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연구개발 종사희망자가 전년보다 13%나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유는 역시 턱없이 낮은 임금 때문이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졸업생들은 금융서비스산업 등 고임금 직종으로 몰려들고 있다.

▲그런 점에서 중국은 세계추세와 딴판으로 가고 있다. 제16기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선출한 정치국 상무위원 9명은 모두 이공계 출신이다. 최고 권력기구가 기사(工程師) 또는 고급기사들로 구성됐다는 이야기다. 후진타오(胡錦濤)는 수리공정, 우방궈(吳邦國)와 쩡페이옌(曾培炎)은 무선전자 기사다. 핵심 권력기구인 정치국 역시 이공계 출신들로 넘쳐난다. 국원 25명 중 80%인 20명이 이공계 대학 졸업자거나 기술 관료출신이다.

이는 제15기 정치국원 23명중 17명(78%)보다 비율이 더 높아진 것이다. 테크노크라트의 부상이 워낙 도도해 "과연 이런 일도 가능한가" 하는 의아심을 낳는다. 얼마 전 우리나라 유수의 공대가 홍보 차 내놓은 배출 인물들과 비교했을 때 사회적 무게와 질에서 큰 차이를 느끼게 한다. 그래서인지 요즘 중국에서는 "출세하려면 이공계 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소리가 공공연한 실정이다.

▲지난 10년 간의 한중수교에서 중국은 우리의 제1수출국으로 부상했다. 1990년 6.7%에 불과하던 수출비중이 2002년에는 20.3%로 높아진 것이다. 또 지난 11년 간 중국의 세계 100대 시장 상품점유율은 3.1%에서 6.3%로 2배 이상 늘어났다. 한국의 신장률(1.8%에서 2.4%)을 훨씬 능가하는 수준이다.

그것이 바로 이공계 출신들이 주도한 개혁개방의 결과다. 더욱이 이번 16기 전국대표대회에서는 기존의 노동자.농민 외에 자본가.지식인을 개혁 추진세력으로 포함시킴으로써 실용노선을 더욱 강화해 나갈 전망이다. 우리의 인문계 출신 정치인들이 중국 기술자(?)들을 어떻게 상대할 지 두고볼 일이다.

박진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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