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보료 형평 시비 끝이 없다

건강보험(의료보험)이 국민들의 소득을 제대로 파악할 장치를 확보하지 못하고 무책임하게 운영됨으로써 직장-지역 혹은 지역-지역 가입자 사이에 불균형 시비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보험료를 덜내게 된 사람들 = 5인 미만 사업장까지 직장의보로 전환한 작년 7월 이후, 의사.변호사 등 일부 고소득 전문직 사업주들은 이를 악용해 보험료를 더 적게 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전국사회보험노조가 5인 미만 사업주 중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 50명을 무작위로 뽑아 일년간의 보험료 납부 행태를 조사한 결과. 50명 중 34명이 지역건보 때보다 보험료를 많게는 수십만원까지 더 적게 내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의 산부인과 개원의 정모씨 경우 작년 6월에는 21만3천800원을 냈으나 올 10월에는 1만1천430원만 냈다. 지역가입자일 때는 재산 23억5천16만원, 3500cc짜리 자동차 1대, 소득 1천430만원 등을 책정 기준으로 했으나 직장가입자가 되면서 월 소득을 63만원이라고 신고했기 때문. 이에따라 자신의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1명의 보험료(사업주 부담금)까지 합해도 정씨의 부담은 3만4천290원에 불과했다.

재산 15억원, 종합소득 5천843만원, 중형자동차 2대 등을 가진 수성구 김모(43) 변호사는 작년 6월 지역건보료로 27만3천200원을 냈지만 지금(신고 월소득 441만6천454원)은 직장건보료로 7만8천950원만 내고 있다. 사무실에 2명을 채용하고 있지만 그 보험료 부담금까지 합해도 19만7천460원밖에 안된다.

◇성실 납부자들의 반발 = 직장인 김모(43)씨는 지난 2월분 건강보험료를 하루 늦게 내는 바람에 5%의 이자를 물어야 했다며,"고소득자들에 대해서는 소득 파악이 안된다며 보험료를 적게 매기는 당국이 서민에겐 이같이 가혹하다"고 분개해 했다.

회사원 최기현(33.대구 신천2동)씨는 "소득 파악 장치 부족으로 자영업자들이 내야 할 보험료를 봉급생활자들이 떠안고 있다"고 했고, 이기환(44.대구 남산3동)씨는 "건보공단은 무책임하게 보험료만 자꾸 올릴 게 아니라 자영업자 소득 파악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임대소득자 조영환(59.대구 상인동)씨는 "같은 자영업자라도 임대 소득처럼 완전히 소득이 드러나는 사람과 그렇잖은 사람이 있는데도건보공단은 업무 편의만 중시한 방식으로 부과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불공평성을 주장했다.

◇무엇이 필요하나 = 서울대 문옥륜 보건대학원장은 "자영업자 소득 파악이 30%선에 불과한 현재 상황에서는 제대로 공평해진 부과기준을 만들 수 없다"며 "소득 파악률을 60% 이상으로 끌어 올리려는 국가적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 기획관리실장을 지낸 경산대 김종대(55) 교수는 "지금 같은 현실에서는 보험 운영에 주민들의 참여.자치가 보장되도록 시군구 단위 조합을 구성해 운영하고 보완책으로 민간보험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5인 미만 사업장의 직장건보 전환 관련 문제점에 대해서는 "국세청으로부터 고소득 전문직 사업주들의 종합소득 자료만 일일이 파악하면 아무리 축소 신고해도 적정한 보험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전국사회보험노조 송상호 선전국장이 지적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보험료 형평성을 위해 보건사회연구원 등 3개 연구기관에 맡겨 지역 가입자에 대한 새로운 보험료 부과 기준을 연구토록 했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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