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家計 위험 수위, 이제야 알았는가

요즘 돌아가는 정치판만큼이나 종잡을 수 없는 것이 경제 정책이다. 일관된 '분석틀'없이 정치 논리에 따라 경제를 보는 눈이 제각각이다 보니 국민들은 도대체 어디에다 기준을 맞추고 경제 행위를 해야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당국이 내놓는 정책도 당연히 대증적(對症的)이고 '몰아치기'식으로 한꺼번에 쏟아내놓고 있다. 그 부작용과 후유증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가계 부채가 심각한 수준을 넘어섰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된 시중 '노랫가락'이다. 한국은행 '금융안정세미나'에서 백웅기 상명대 교수는 지난 6월말 현재 가계 금융부채는 3백97조원으로 외환위기가 시작된 97년말에 비해 88.2%나 늘었다고 밝혔다. 가계 부실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예측은 누구나 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심각하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개인의 부채 상환능력을 나타내는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비율도 2/4분기 현재 2.2로 프랑스.미국.일본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금융감독원은 은행에서 가계대출을 받은 사람의 60% 안팎이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부채비율 250%를 넘는다고 한다.

건전 가계층이 급속히 무너지고 있음을 뒤늦게 파악한 것일까. 뒷짐지고 있던 정부가 이번에는 부랴부랴 강경책을 내놓았다. 금리를 올리고 대출요건을 강화하고, 카드사 신규회원금지책 등을 세웠다. 사실 가계 부실 책임의 상당부분은 정부에 있다. 가시적 성과에 눈이 어두워 무차별적인 신용확대정책을 쓴 결과가 아닌가. 그러다 문제가 심각해지니 이제는 모든 정책을 동원, 가계 자금을 옥죄는 단선적(單線的) 정책을 펴고 있다.

빈부 격차가 극심한 상황에서 가계 자금을 통제하면 저소득층만 공중분해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다. 그러다 국민적 반발이 극심하면 다시 자금을 풀겠단 말인가. 자금 창구를 막는 것보다 개인의 모럴 해저드, 과소비, 투기성향 등 가계 부실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점검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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