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를 낳아도, 내 아~를 낳아도".
버스에서 갑자기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 뒤이어 들려오는 "아 따 거시기혀오잉~, 아따 거시기혀요잉~". 이 소리에 당황하거나 의아해한다면 당신은 구세대라는 의혹의 눈길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요즘 KBS '개그콘서트'(이하 개콘)는 그만큼 신세대들의 감성을 대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 화제를 모으고 있는 것이 바로 '생활사투리'코너. "당신은 아름답습니다의 경상도 사투리는?" "몇살이고?" 생각지도 않았던 말에 장내는 포복절도한다.
전라도형 스피커 이재훈(29)은 진짜 전라도 출신이고 경상도형 스피커 김시덕(22)도 울산 토박이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사투리는 어색하지 않다."미장원에 갔는데, 아줌마들이 화장실에서 '전라도 왔더라, 경상도는 안왔네?'하고 소곤거리시는 걸 들으니 인기가 실감나데요". 전라도형 스피커 이재훈은 내심 인기를 실감하고 있는 눈치다.
"요즘 핸드폰 벨소리 조회수 1위가 생활사투리라던데요?" 라며 은근히 자랑까지 곁들인다. 반면 경상도형 스피커 김시덕은 "저요? 방송국, 회의실, 집밖에 몰라요. 그래서 밖엘 다녀보질 않으니 인기를 느껴볼 새도 없죠". "모범 개그맨이란 말씀이죠?" 기자의 말에 김씨는 웃음으로 동의를 대신했다.
그렇다면 이들 '생활사투리'팀의 인기 비결은 뭘까."확실한 웃음 포인트를 던져주는거 아닐까요?" 이씨의 자체 분석이다. "사투리는 옛날부터 가장 많이 쓰이던 소재라서 공감대가 형성된 거 같아요".
김씨의 말처럼 '생활사투리' 포맷이 왠지 익숙하다 했더니 라디오 생활영어에서 자주 듣던 형식이다. 입시에 짓눌려 엄숙하게 들어야 했던 영어 강의를 한번 비틀어 우리 사투리로 경쾌하게 변화시키다니, 쉽지만 재미나는 발상이다.
"둘 다 전라도, 경상도 출신이니까 형들이 예문 던져주면 술술 대화하면서 찾아내요". 이렇게 아이디어 회의를 노는 듯 쉽게 말해도 사실 그렇지는 않다. "월요일에 생방송하고 화요일부터 한주동안 회의해요".
개콘은 냉혹하다. 사람들이 웃지 않으면 바로 코너를 없애기 때문에 항상 긴장해야 한다. 개콘은 애드 리브도 없다. '저거 애드 리브 아냐' 싶어도 사실은 짜여진 각본이라는 것.
하지만 인기 절정의 한편에는 개콘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개콘 홈페이지에는 "초등학생 아이가 저에게 '내 아를 낳아도'하는데, 정말 당황했어요", "왜 지방사투리와 여자, 장애인들이 항상 개그의 대상이 돼야 할까" 등 제법 진지한 비판들이 올라온다.
사실 '입술이 참 예쁘네요'의 경상도형 '니 쥐 잡아 문나'를 들으면 잠시 당혹스럽다. 개콘을 즐겨보는 대학생 정종훈(21)군은 "재밌다고 보긴 하지만 여성과 특수계층을 지독할 정도로 깎아내려서 그걸로 사람을 웃기는 게 눈에 거슬릴 때가 많다"고 한다.
"여러 가지 스타일의 개그를 해보고 싶어요. 몸으로도, 말로도 웃길 수 있는…".'생활사투리'팀의 막내 김시덕의 말에 희망을 걸어본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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