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외국인 근로자 부족(하)

인력난을 겪고 있는 대구.경북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내년 3월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정부 방침에 따라 역내 2만여명 등 전국 외국인 근로자 35만여명 중 70%인 25만6천여명이 내년 3월까지 우리나라를 떠나야 하기 때문.

반면 들어올 인력은 고작 5만여명에 불과하다. 기업들은 공장문을 닫아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다. 정부가 출국 시한을 1년 가량 연장시킬 뜻을 비치긴 했지만 아직 명확한 방침이 정해지지 않아 기업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 7명이 일하는 서대구공단 우성염직. 그 중 4명이 내년 3월 말까지 출국 대상자이다. 정보익 총무과장은 "새로 들어오는 외국인 근로자는 내년 4월 말 이후에나 받을 수 있어 공백기간 중 공장을 어떻게 돌려야할 지 암담하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상시근로자는 70여명. 정부 규정을 따를 경우 17명의 외국인근로자를 쓸 수 있지만 중기협으로부터 배당받은 정원은 8명뿐이다.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인도네시아나 필리핀 출신을 선호하나 절대숫자 확보가 워낙 어렵다보니 중국 등지의 인력도 안쓸 수 없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최근 산업연수생 제도를 '고용허가제'로 바꾸려 해 중소기업들의 시름은 더 깊어졌다. 새 제도가 도입되면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내국인과 같은 노동법상 권리가 부여돼 임금 폭등에다 까다로운 규제까지 받게 된다는 것.

대구의 한 섬유회사 간부(45)는 "이미 외국인 근로자들의 임금이 내국인의 80%에 이르는데 고용허가제가 도입되면 외국인들도 노조를 만든 뒤 100%를 다 요구할 것"이라며 "인력난으로 공장들이 모두 문을 닫을 지경인데도 정부가 또 중소기업들의 목을 조른다"고 했다.

이때문에 현장 전문가들은 생산직 인력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정부가 마련하지 않으면 이 사태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구공고 기계과 이용범(41) 교사는 "독일은 실업계 고교를 나와도 현장에서 4년 정도 근무하면 대학 졸업자와 같은 처우를 해주고 일생 동안 동등한 사회.정신.물질적 대우가 지속된다"고 말했다. 학벌 중심주의가 타파돼야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것이다.

대구노동청 고용안정센터 이신희 운영실장은 "생산현장 실무자 육성을 목적으로 한 실업계고 출신마저 자격증만 따면 대학에 쉽게 가도록 오히려 유도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정책"이라며 "대학 중심의 교육정책부터 바꿔야 한다"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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