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사 기름 근절 왜 안되나

속임수 기름이나 속임수 주유 등은 그렇잖아도 취약한 우리 사회에 불신감을 더 깊게 하고 있다. 보일러나 차 고장까지 유발하는이런 행위가 끊임없이 문제되는데도 왜 근절되지 못하는 것일까?

◇큰 피해 유발=유사 등유업자를 수사했던 대구 중부경찰서 정석호 형사는 "정품 등유에는 불이 안 붙지만 휘발성 높은솔벤트를 섞으면 불이 쉽게 붙어 화재 위험이 높다"고 했다. ㄱ보일러 동대구영업소 방승원 부장은 "유사 등유가 주입되면 가정용 전자식 보일러의 전자펌프에 이상이 발생해 보일러가 꺼지고 그을음도 심하게 난다"고 환기했다.

ㅎ자동차 대구영업소 오유균 정비반장은 "유사 휘발유를 넣으면 차에 시동이 안 걸리고 엔진에 무리가 가며, 이물질이 연료 탱크에 달라붙게 돼 차체가 심각한 손상을 입을 위험성이 높다"고 밝혔다.지난 8월 초순 대구시내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넣은 뒤 시동이 꺼지는 문제가 발생해 정비업체를 찾았던 운전자 이모(42.달성군 서재리)씨는엔진에 이물질이 많이 들러붙어 있다는 판정을 받고 소비자연맹에 고발했다.

◇유사 기름 왜 만드나?=업계는 기름에 붙는 높은 세금이 유사제품 제조를 유발하고 있다고 했다.한국주유소협회 대구지회에 따르면 ℓ당 평균 공장도 가격은 휘발유 379원, 보일러 등유 351원, 자동차용 경유 373원 정도지만 세금이 각각 856원, 195원, 361원 붙는다.

그러나 솔벤트.톨루엔 등엔 특소세.교통세가 부과되지 않아 평균 시중가격이 솔벤트는 ℓ당 400원, 톨루엔은 kg(약 1.25ℓ)당 510~540원에 불과하다. 이런 화학약품을 섞으면 큰 이득을 올릴 수 있다는 것.주유소 수익성이 떨어진 상황 역시 부정 심리를 유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1993년 11월 거리 제한이 없어진 뒤 대구시내 주유소는 129개에서 425개로 급증했다. 또 1997년 기름 가격 자유화가 시행되자 주유소간 경쟁도 치열해졌다.

여기다 석유판매소도 신고만 하면 개업할 수 있어 대구에만 358개가 영업 중이고, 이들 판매소들은 배달차 보유 한도를 2대로 제한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배달트럭을 경쟁적으로 늘렸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한 석유판매상은 "과다한 배달차 늘리기 경쟁 이후 놀리는 차가 많아졌다"며,"이 때문에 전문 판매원을 고용하는 경우가 나타나는 등 상황이 다급해져 유사 제품 유통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겉도는 단속=관계자들은 "유사 기름 공급망은 범죄 형태의 점조직으로 운영될 만큼 치밀한 반면, 단속 담당 기관인 구군청 및 석유품질검사소 등엔 단속 인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유사 제품은 전문가들조차 즉석 식별이 어려워 일일이 석유품질검사소에 성분 분석을 맡겨야 함으로써 단속이 더 힘들다는 것.

석유품질검사소 대구.경북지소 관계자는 "인력이 14명밖에 없어 대구.경북 1천540여개 주유소와 880여개 판매소를 커버하기 어렵다"고했다. 검사소가 올해 적발한 업소는 19개에 불과하고, 특히 대구.경북에서 양을 속이는 행위가 단속된 경우는 한 건도 없다. 대구 북구청 경우 다른 업무까지 함께 맡은 4명이 73개 주유소와 67개 판매소를 감시하느라 두 달에 한 번 정도밖에 단속을 못나가고 있다.

한 구청 담당자는 "불시 단속을 나가더라도 인력 한계 때문에 한두개 점검할 때면 벌써 단속 소문이 다 퍼져버린다"고 했다. 이 때문에 대구 8개 구군청이 올들어 유사 제품 판매를 처벌한 것은 4건에 불과하다.

◇처벌 강화하자=대구 중부경찰서 수사 관계자들은 "유사 등유를 판매하다 적발돼도 과징금만 내면 된다"며 처벌 강화를 주장했다. 소비자연맹 대구지회 양순남 사무국장은 "석유품질검사소의 검사 결과가 공개되지 않는 것도 큰 문제"라며, 주유소.판매소 검사 결과 공시를 요구했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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