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가성형외과 복지시설아동 무료시술

"조금 있으면 이마에 있던 보기 싫은 흉터가 말끔히 없어진대요. 거울을 보다가는 늘 짜증이 났었는데… 수술해 준 원장 선생님의 은혜를 잊지 않겠어요".

20일 오후 대구 동성로 가가성형외과에서 수술받고 나온 송동영(8)군은 며칠 뒤면 달라질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는 듯 입이 벌어졌다. 불과 40여분의 수술이 하늘을 날 것같은 기쁨을 선물한 것. 포항의 선린애육원에 사는 동영이는 3년 전 뛰놀다가 이마를 다쳐 '훈장'을 달게 됐다고 했다. 꿰맨 흉터와 다친 부위가 튀어 나와 보기 흉했지만 성형수술은 꿈도 못꿨던 일.

일주일 전에는 같은 집에 사는 박서린(18)누나가 먼저 이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서린이는 겨드랑이 냄새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따돌림 받느라 참을 수 없는 고통을 겪었던 예비처녀.

그러나 수술받는 동영이를 따라 치료도 받을 겸 이날 함께 병원에 나온 서린이의 얼굴은 매우 밝았다. "이젠 남들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게 돼 여간 기쁘지 않습니다". 이들을 인솔한 선린애육원 임원주 사회복지사 역시 "마음에 상처를 가진 이들에게 이번 수술은 다른 어떤 것보다 값진 선물"이라고 고마워 했다.

그러나 가가성형외과에서 하고 있는 이들 수술은 무료이다. 오재훈(41) 원장이 "사회에 봉사하고 싶다"며 매일신문사에 제의해 성사된 것. 이 소식을 들은 경북도청 엄지호 가정복지과장은 곧바로 도내 복지시설들에 연락, 수술에 적합한 14명의 대상자를 뽑아 병원으로 달려갔다.

수술은 지난 13일 처음 시작돼 매주 1명씩 계속할 예정. 오 원장은 "다른 진료과목 동료 의사들과도 협의해 봉사의 범위를 보다 넓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겨울방학이 시작되면 대구시내 시설 생활자들도 수술할 예정.

매일신문사도 지난 19일 '아름다운 함께 살기'난을 신설, 앞으로 이 난을 통해 봉사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봉사 의식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는 것에 발맞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과 연결함으로써 대구·경북을 보다 살맛 나는 지역으로 만들자는 것.

뛰어난 기술을 갖고도 현장에서 은퇴한 전문가들이 희망할 경우 기술 봉사도 성사시킬 계획이다(080-711-2000, editor@imaeil·com).20일 수술을 끝낸 오 원장은 수술받은 사람보다 더 기뻐했다. "수술받고 좋아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의사로서의 사명을 새삼 느꼈습니다. 수련받던 우리에게 봉사하는 의사가 되라고 하셨던 은사 강진성 선생님(전 동산의료원장)의 가르침을 이제사 조금이나마 실천하게 된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함께 수술하는 박동만(41) 원장은 최근 일주일간 캄보디아에 가 무료 수술을 해 주고 왔다. 언청이 수술, 화상 흉터 제거 수술 등을 받은 현지인들이 눈물을 글썽이며 고마워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했다.

"성형외과 의사들이 돈벌이에 관심 많은 것으로 비쳐지는 것 같아 씁쓸했습니다. 어려운 사람들도 남을 위해 봉사하는데 의사인 저희들은 우리가 가진 의술로 작은 일이라도 해야하지 않겠습니까?"두 원장은 이 병원의 서울 분원에서도 조만간 무료 수술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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