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IMF 5년'… 새로운 危機

한국 정치사에서 국치일(國恥日)을 잊지 못하듯 근대 경제사에서는 '외환위기'라는 충격적인 사건이 똬리를 틀고 있다. 21일 오늘이 바로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지 만 5년이 되는 날이다. 당시 한국은 '동아시아 기적'의 선두 주자라는 환상에 젖어 '핫머니'가 판을 치고있는 세계 금융시장에는 캄캄했다.

다가올 고통의 강도조차 감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렇게 우리 경제는 외세에 의해 유린 당했고 5년이 지난 지금 IMF 체제를 우등으로 졸업했다는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우리는 IMF를 애써 잊어버리려고 한다. 그러나 도취감에 젖기에는 아직 성급하다. IMF가 던져준 교훈을 여전히 소화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철저한 내부 반성이 뒤따라야한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IMF 5년은 새로운 위기에 대한 준비기간으로 받아들여야한다. 물론 구조조정으로 대변되는 IMF 체제가 우리 경제에 미친 정(正)의 효과는 부인할 수없다. 문제는 그보다 훨씬 더 짙은 부(負)의 그림자를 스스로 해결해야한다는 점이다.

가장 큰 화두(話頭)인 '모럴 해저드'는 여전히 판을 치고 있다. 검찰이 20일 공적자금을 착복한 기업인 11명을 구속한 것은 아직도 구우일모(九牛一毛)에 불과하다. 오히려 지역이기주의와 이익단체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도덕적 해이는 심해졌다는 여론이 높다. 구조조정의 고삐도 많이 늦추어졌다. 기업은 생산성과 경쟁력 향상보다는 금융 편익으로 이익을 남기고있고, 국민들은 투기자금에 혈안이 돼 생산적인 활동에는 별관심이 없다.

이러다 보니 빈부격차는 극심해져 중산층은 붕괴되고 있으며, 청년실업자는 급증하고 있다. 중앙집중화 현상은 더욱 심해져 지방은 황폐화돼 한반도는 이제 중앙과 지방으로 이분화되는 위기에 처해있다. 젊은이들은 '돈이면 다된다'는 천민자본주의에 물들어있다.

이제 우리의 방향은 정해졌다. 5년전과 비교되지 않는 훨씬 더 큰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부터 자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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