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IMF5년 지역경제 어떻게 됐나-금융부문

IMF는 대구·경북지역 금융기관들은 초토화시키다시피 했다. 97년 이전 대구지역에 본사를 둔 금융회사(상호저축은행 제외)는 11개나 됐지만 이중 82%인 9개가 퇴출·합병 등으로 간판을 내렸다. 대동은행을 비롯해 대구·영남·경일종금 등 3개 종금사와 대구·대동리스 등 2개 리스사가 퇴출됐고, 조선생명과 동양투신은 합병을 거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전국적으로는 97년 이후 2천101개에 이르던 금융회사들이 6월말 현재 1천470개로 정리돼 30% 정도가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구지역의 금융구조조정의 강도는 더욱 가혹했던 셈이다. 특히 대구·경북지역내 신협의 경우 277개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28개가 무더기로 문을 닫는 홍역을 겪었다.

대구지역 금융기관 점포 수도 지난 97년 1679개에서 2001년말 994개로 20.7% 감소했고,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7%에서 5.1%로 줄었다. 대구은행과 함께 IMF 금융구조조정 태풍 속에서도 살아남은 우리캐피탈의 한 관계자는 "금융감독원 대구지원이 매월 주최하는 지역금융기관 협의회에 참석해 보면 대구지역 금융회사 회원이 달랑 2명밖에 없어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역금융기관 협의회이지만 전국단위 금융회사의 대구영업본부 간부들이 자리를 대부분 차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용호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IMF 경제 위기는 지방경제 침체와 지역금융의 위축이라는 동반 침체를 가져옴으로써 수도권과 지방간의 불균형을 더욱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외환 위기 이후 진행된 금융산업 개편과정이 '금융기관 대형화'라는 분위기에 휩싸여 지역금융 왜소화라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5년간 전국 단위로는 금융기관 총 대출액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대구지역의 총 대출액은 오히려 13% 정도 감소해 지역금융 위축이 심각한 상태임을 말해주고 있다.

IMF 이후 지역기업들의 연쇄 도산에는 지역금융 침체 영향도 컸다. 불황을 흡수할 여력이 없는 상태에서 지방금융 시스템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음으로써 기업들의 돈줄이 막힌 것이다.

평소 대구지역의 연간 부도금액은 몇백억원대에 불과했으나 97, 98년 대구지역의 부도금액은 무려 1조4천269억원, 1조9천19억원에 달했다. 서민가계가 받고 있는 고통도 '현재 진행형'이다.

서민들이 체감 경기는 IMF 환란 직후에 못지 않다. IMF 체제 직후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예금이 늘고 대출은 주춤했으나 IMF 체제 졸업이후 경기가 회복되면서 가계대출이 급증, 자취를 감췄던 과소비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여기에는 초저금리로 "쓰고 보자"는 심리가 팽배한데다 부동산 경기 활황에 따라 은행에서 돈을 빌려서라도 아파트를 구입하고 보자는 풍조도 한몫을 했다. IMF 직후의 가계대출은 실직자 등이 생계를 꾸리거나 소규모 창업을 위한 생계형 대출이 높은 비중을 차지한 반면 이후에는 부동산과 소비를 위한 소비형 대출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 금융권의 분석이다.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속담처럼 신용사회의 정착과 함께 쉽게 빌릴 수 있는 신용카드빚도 가계의 부실화를 초래하는 요인으로 지적받고 있으며 때로는 가족들의 살인까지 불러올 정도로 부작용이 심각하다.

대구지역 예금은행의 연체율은 97년과 98년 5.9%, 7.2%까지 치솟았다가 지난해말 2.0%까지 안정 추세를 나타냈지만 경제 침체상황이 지속되면서 최근 다시 3%대로 높아졌다.

김해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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