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정윤 시인 시선집 역어내

판매부수 300만부란 경이적인 기록을 남겼던 시집 '홀로서기' 시리즈(5권)의 주인공 서정윤(45.대구 영신고 교사) 시인이 시선집 '홀로서기'를문학수첩에서 펴냈다.

이미 발표된 시편 중에서 마음에 더 와닿는 시 68편을 골라내 엮은 것이다."정서가 너무 앞서거나 무거운 이미지의 시들은 제외하거나 다시 정리를 했어요.

지금 하지 않으면 영원히 할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에 과감히 손을 댔습니다".시인은 이번 시선집 발간에 대해 '홀로서기의 완결'이란 의미를 부여했다. 하드커버의 양장본으로 제작해 보관용으로의 의미도 없지 않다고 했다.

'홀로서기'는 10년전쯤 문예지 '문학사상'의 '내가 좋아하는 시' 설문조사에서 김소월의 '진달래꽃'과 윤동주의 '서시'에 이어 세번째로 자리매김하는영광을 안았던 서정시다.

'홀로서기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정치.경제.문화.스포츠.연예 등 사회의 모든 분야의 단골 용어가 됐고 국어사전에도 실리게 된신조어다.

'홀로서기'가 이처럼 폭발적인 사랑을 얻게 된 것은 1980년대란 시대적 배경과도 무관하지 않다. 문학평론가 박호영 교수(한성대)는 "군부독재의몰락과 민주화의 기틀 다지기, 산업구조의 다변화와 경제적 풍요에 따른 자아의 각성과 현대문명 속의 고독과 소외감이 홀로서기 생성의 정서적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시인도 이같은 견해에 동감한다. "암울한 시대상황에서 파생된 투쟁적인 문학론의 득세에 부담을 느낀 일반 대중들이 고독과 사랑을 주제로 한 자아의목소리와 온기있는 속삭임에 큰 위안을 얻었던 것 같아요".

그리움을 키워드로 한 순연한 사랑의 서정시. 인간의 본원적이고 숙명적인 그런 감정이 어려운 시대에 대중의 보편적 정서에 닻을 내리면서 독자들에게 더욱친근하게 다가섰다는 것이다.

시인은 그러나 홀로서기의 시편들이 애송된 또다른 이유를 눈여겨 봐달라고 주문한다. "통속적이 사랑노래에 그치지 않고 삶에 대한 통찰과 각성을 담기 위해서도 노력했습니다". 정서적 울림과 함께 삶의 예지가 내장돼 있다는 얘기다.

시인은 홀로서기의 정서를 어쩌면 실패한 사랑도 컴퓨터에 잘못 입력한 워드를 지우듯 즉흥적인 사고를 지닌 오늘날 젊은세대들이 더 공감해야 할 필요성을 지닌다고 본다. 그것이 요즘 독자들에 대한 홀로서기의 의미라는 것이다.

시인은 이제 존재론적인 의미에 더 다가서는 시를 쓰고 싶다고 한다. 3년전 출간한 시집 '가끔 절망하면 황홀하다'에서 시사했듯, 기존 홀로서기의 서정성에다삶의 성찰문제를 가미한 그런 시를 쓸 요량이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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