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있는 역동 '6월 드라마' 재연

지난 6월 2002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이 독일 대신 결승에 올랐다면.20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브라질의 평가전 결과만을 놓고 볼 때 전세계 축구팬들은 당시 브라질-독일의 결승보다 훨씬 더 흥미진진한 경기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을 것이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이날 비록 경기 종료직전 페널티킥을 허용해 2대3으로 분패했지만 '월드컵 4강 신화'의 명예를 지켰다. 태극전사들은 화려한 개인기를 앞세운 세계 최강 브라질의 기세에 결코 눌리지 않고 자신감과 투지로 맞섰고 월드컵 때와 뒤지지 않는 조직력을 보여줬다.

월드컵을 통해 '어느팀과 맞서도 두렵지 않다'는 자신감을 얻은 한국은 트레이드마크인 강력한 압박축구로 미드필드를 장악하며 주도권을 뺏기지 않았다.

이같은 자신감으로 공격적인 축구로 정면 대결한 한국은 전반 7분 세트플레이에 의한 설기현의 헤딩슛으로 선취골을 뽑았다.

대표팀에 다시 소집돼 손발을 맞추는 시간이 이틀에 불과했지만 한국은 이천수-안정환-설기현으로 이어지는 정교한 세트플레이를 과시했다.

세계 최고의 골잡이 호나우두를 앞세운 브라질의 반격으로 동점을 허용했지만 한국은 한골을 잃으면 두골을 넣겠다는 각오로 재반격을 시도했다.

후반 13분 두번째골로 이어진 유상철의 날카로운 크로스도 쉴새없이 뛰며 득점 기회를 만드는 한국축구의 전형이었다.

김남일은 미드필드에서 상대의 볼을 차단, 유상철에게 연결했고 유상철은 전방에서 쉴새없이 움직이던 설기현과 안정환을 겨냥, 30m를 가로지르는 날카로운 패스를 날렸다. 설기현이 슛한 볼이 골키퍼를 맞고 흐르자 안정환은 오른발로 마무리했다.

다만 이날 은퇴경기를 치른 홍명보와 최진철, 김태영이 포진한 수비진은 뚜려하게 노쇠화를 보였다. 수비수들은 부정확한 패스 연결로 위기를 자초했고 스피드 부족으로 상대 진영에서 한번에 넘어오는 상대의 날카로운 패스를 차단하지 못했다. 호나우두에게 똑같은 상황에서 2골을 내주면서 여러차례 위기를 맞았고 경기 종료 직전 허용한 페널티킥도 스피드 부족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김교성기자 kg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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