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홍콩 남편들 매맞고 산다

홍콩 남성들이 부인에게 꼼짝 못한다는 것은 이미 유명한 일이지만 이제는 남편에게 주먹까지 휘두르는 여성들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홍콩 특별행정구 정부 사회복지부는 20일 지난해 부인에게 구타를 당했다고 신고한 남편들은 모두 179명으로, 4년 전인 지난 1998년의 39명에 비해 4배 이상 늘어났다고 밝혔다.

특히 올들어 경기가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돈벌이가 시원찮아지고 여성들의 잔소리가 심해지면서 3월 말까지 3개월간 부인에게 얻어맞았다고 신고한 남성은 62명에 달했다.

부인에게 구타를 당해 타박상을 입었다는 아 찬은 "내 인생이 참으로 한심하고 부끄럽다"면서 "내 친구들이나 집안 사람들이 알게 되면 이게 무슨 창피겠느냐"고 반문했다.

홍콩 시티대학의 범죄학 교수 스태니스라우스 라이는 "대부분 맞벌이를 하는 홍콩 여성들의 경우 경제적으로 독립된 상태이며 남편과 갈등이 생기면 절대 양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라이 교수는 "여성들이 남편을 구타하는 경우는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있을 때"라면서 "남성들은 우발적으로 주먹을 휘두르지만 여성들은 치밀한 계산아래 구타를 한다"고 설명했다.

카리타스 가족위기지원센터 소속 사회복지활동가인 크리스틴 초우는 "경기가 좋았을 때는 남성들이 가족의 부양을 완전 책임졌으며 가족 내에서의 지위도 우월적이었다"면서 "여성들은 결혼생활이 불행해도 꾹 참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남성들을 위한 카운슬링을 실시하는 사회단체 하머니 하우스의 프로젝트 감독인 라코 청은 "남성들이 여성들에 비해 신고를 꺼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정부 통계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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