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선 D-27 지금 지역민심은..(3)호남권

"후보가 단일화되면 해볼만한 것 아닙니까, 그런데 제대로 될는지 걱정이요".양동시장이든 금남로, 충장로든 광주 거리 곳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요즘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 21의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 성사 여부에 온통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선구도가 1강(이회창 한나라당 후보)-2중(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 노무현 민주당 후보)구도로 굳어지는 듯하면서 정치에 대한 무관심도가 높아가던 호남권 민심이 노-정 후보간의 단일화 추진을 지켜보면서 꿈틀대고 있다.

노 후보 진영과 정 후보 진영이 호남민심의 지지를 얻어야 수도권의 호남민심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 18일부터 본격적인 호남민심 공략에 나선 까닭이다.

한편으론 지역민들 사이에 "지역발전을 위해 당선 가능성이 높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게도 표를 나눠줘야 하지 않느냐"는 '지역발전을 위한 보험론'도 조심스럽게 강조되고 있다.

택시기사 윤재홍(42.광주시 북구 매곡동)씨는 "택시 승객들마다 후보 단일화가 되면 한번 해볼만 할 것 같다"며 "정 후보와 노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민주당 강운태 시지부장은 이런 민심을 간파한 듯 18일 광주선대위 현판식에서 "후보 단일화가 되지 않으면 해보나마나 하는 선거겠지만, 이제 세계 최초로 국민의 뜻에 따른 단일화를 통해 9회말 역전승을 거둘 수 있게 됐다"며 한껏 고무된 표정을 지었다.

불과 1주일전 같은당 대통령 후보인 노무현 후보가 참석한 광주.전남선대위 발대식에서 노 후보의 대선승리 호소보다는 후보단일화를 더 강조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노 후보의 정치특보인 정동채 의원은 이날 광주서구지구당 선대위 발대식에서 "광주에서 노풍을 불러일으켰듯이 이번 후보 단일화에도 노 후보를 밀어달라"고 노무현으로의 단일화 운동에 나섰다.

같은날 나주에서 열린 국민통합 21의 광주.전남선대위 발대식에서도 단일화에 대한 호남민의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것이 확인됐다. 나주 체육관을 가득 메운 4천여명의 참석자들은 정몽준 후보로의 단일화를 통한 대선승리만이 살길이라는 연사들의 연설이 있을 때마다 뜨겁게 환호하며 "정몽준 대통령"을 연호했다.

대통령 선거 30여일을 앞두고 급부상한 후보 단일화의 정국에서 호남민들이 노-정 두 후보가운데 누구를 선택하느냐와 단일화된 후보에게 어느 정도 표를 몰아줄 것인가가 핵심 관전 포인트로 등장한 셈이다.

본보 여론조사 결과(지난 8, 9일) 호남민들의 후보단일화시 선호 후보는 노 후보(49.6%)가 정 후보(37.5%)를 10%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긴 하지만, 노풍의 진원지에서 이 정도이면 한번 해볼만하다는 게 정 후보 진영의 판단인 듯하다.

김진우(39.자영업.전남 장흥군 대덕읍)씨는 "될 사람 밀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들을 많이 듣는다"며 "노 후보는 호남 밖에서 밀리는 것 같고, 정 후보는 호남권 밖에서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여 이것이 중요한 판단의 기준이 될 듯싶다"고 말했다.

최숙희(50.주부.광주시 동구 계림동)씨는 "여자들은 정 후보를 좋아하고, 청장년층 남자들은 노 후보를 좋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어찌됐든 쥐를 잘 잡을 고양이를 밀어야 한다는 주장을 자주 접한다"고 전했다.

노풍의 진원지로서 정치개혁.지역감정 타파를 앞세우는 노 후보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재확인할 것이냐, 전국에서 고른 득표 가능성을 보이면서 국민통합과 경제활성화를 주장하는 정 후보를 선택할 것이냐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노 후보와 정 후보가 후보단일화를 위한 호남 여론조사에서 박빙의 선두다툼을 벌일 가능성이 높으며, 누가 후보가 되든 97년 대선과 같은 표쏠림 현상이 재연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함께 전통적으로 약세를 면치 못하던 한나라당의 분발이 최근들어 돋보이고 있다. 지난달 광주.전남선대본부 발대식 및 전남도지부 후원회에 이어 지난 8일 청년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 지난 15일 여성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 등에 500여명에서 1천여명까지 꾸준히 사람이 몰리면서 민심변화의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이환의 광주시지부 선대위원장은 "다른 후보들이 호남과 전혀 연고가 없는 것과는 달리, 이 후보가 광주서석초등학교 출신이고, 전남 담양이 외가인 것이 지역민들에게 알려지면서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며 "두자리 숫자의 지지율 획득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지역발전을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의 표를 몰아줘야 한다는 '지역발전을 위한 보험론'이 상당히 설득력있게 확산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본보의 지난 10월 22일 여론조사에서 호남에서만 2.7%의 지지율에 머물던 이 후보는 지난 9일 조사에서는 4.9%의 지지율을 얻어 미세한 상승세를 보였다.오수열 조선대 정외과 교수도 "후보 단일화에 대한 지역민들의 열망이 높긴 하지만 이회창 후보도 이 지역에서 선전할 가능성은 있다"며 "전남도청이전 추진으로 상당히 형성된 반민주당 정서가 되살아나고, 옛 여권의 퇴직 공직자를 중심으로 한 조직이 가동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광주일보=김주정기자 jjnews@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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