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역 전문대학 교수들은 이구동성으로 학생모집 때문에 겪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져들고 있다고 말한다.
허허벌판에서 이삭줍기 하듯 신입생 모으는 일도 벅찬데 설상가상 일부 전문대학이 공언한 신입생 미달학과 교수 퇴출방침이 대세로 확산되자 위기감이 엄습한 것이다.
"신입생 미달사태에 해결사로 나선 것이 비단 올해의 일만은 아니지만 내 학과에 입학생 적정수를 채우지 못하면 강단을 떠나야 할 처지니 서글프고 황당합니다".
신입생 모집을 위해 방문해야 할 전국 각지의 고교와 진학담당 교사의 명단이 빼곡히 적힌 수첩을 보여준 안동의 모 전문대 한 교수는 자신을 잡동사니 가방장수로 비하했다.
가방 한가득 학교 홍보물을 넣고 일선 고교들을 무작정 찾아 돌며 1명의 신입생이라도 보내 줄 것을 통사정하다 술 밥까지 산다며 가방장수 보다 나을 것이 없다고 자조했다.
그는 대학도 경쟁속에 존재하는 시대임을 인정하면서도 "요즘 전문대학은 호박에 줄그어 수박 만드는 식의 겉치레 포장과 물불 가리지 않는 신입생 쟁탈을 경쟁으로 착각한다"고 말했다.
뻔한 학생수요 예측을 간과하고 대학 설립인가를 남발한 교육당국의 과오는 그렇다 치더라도 학교측이 이에 대비한다며 내놓은 각종 시책이 허구였다는 것이다.
"특성화를 외쳤지만 그런 것이 있었던가 의문스럽고 타학교의 유망학과 베끼기 증설 등 틈만나면 기형적인 학교 몸집불리기에 몰두한게 사실 아니냐"는 아픈소리였다.
"이제 그 책임을 교수들에게 지우며 신입생 구걸로 내몰고 있다"며 요즘 각 전문대학 교수들사이에 '학장님은 반칙왕'이라는 유행어가 퍼진 연유를 말해줬다.
지난 6월 제주도에서 열린 전국 전문대학장회의때 '새로운 입시문화 정착을 위한 협정'을 결의 하고서도 공포조차 못하고 쉬쉬 해버렸다는 것이다.
신입생 모집과 관련 고교교사 유흥접대 및 편법적인 장학금 지급 금지 등 과열, 출혈 경쟁을 자제하자는 것이 골자였는데 "실천은 고사하고 오히려 교수들이 앞장 설 수밖에 없도록 분위기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였다.
정경구기자 jkg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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