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몰락하는 벤처 영웅들

지난 99년과 2000년 유례없던 국내 '벤처붐'을 이끌었던 1세대 벤처 최고경영자(CEO)들이 경영과정에서의 과실로 사법처리를 받는 등 줄줄이 불명예 퇴장을 하고 있다.

한때 현대자동차와 시가 총액을 견줬던 새롬기술의 오상수 전 사장은 새롬기술이 한창 '잘 나갔던' 99년 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로 20일 구속영장이 청구돼 사법처리를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 됐다.

'벤처 영웅'이 불과 3년여만에 경제사범으로 수직하강한 셈이다.

이에 앞서 엔터테인먼트 포털사이트 인츠닷컴의 창업자인 이진성 전 사장 역시 지난해 8월 사임 후 공금 횡령 혐의가 밝혀져 지난 9월 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광고를 클릭하면 돈을 준다'는 비즈니스 모델로 벤처 1세대의 주축으로 떠올랐던 김진호 골드뱅크(현 코리아텐더) 전 사장도 골드뱅크 대표재직시 공금 횡령혐의로 지난 8월 검찰에 구속기소됐다.

특히 이들 CEO는 벤처 경기가 침체된 최근 과실을 범한 것이 아니라 벤처붐이 일어 투자와 관심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에 저지른 잘못으로 사법처리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벤처에 대한 실망감을 더해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처럼 사법처리는 되지 않았지만 경영실적이 좋지 않은 벤처 1세대도 속속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추세다.

지난 7월 사임한 옥션의 이금룡 전 사장은 기업 실적과 경영 스타일을 놓고 대주주사인 e-베이와 갈등을 빚다 결국 대표이사직을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99년 5월 '1천800배수 유상증자'의 신화를 만들며 기세좋게 출발한 라이코스코리아의 가종현 전 사장 역시 소비자의 요구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채 3년여를 버텨오다 후발업체인 네이버(현 NHN), 드림위즈 등에 따라 잡혀 SK텔레콤에 합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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