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왜 빌라 붐인가?

대구에도 '빌라 시대'가 열렸다. 그러나 이 문화는 지역엔 생소한 것. 1980년대에 일부 고급 빌라들이 선 보인 적 있긴 하지만 대중빌라들이 이같이 많아진 것은 분명한 변화임에 틀림 없다.

◇빌라 얼마나 생겼나 = 수성구 중동 한 지구엔 올 초 빌라 10여동(100여 가구분)이 집중적으로 들어섰다. 파동 골목 곳곳에도 10여채의 빌라 공사가 한창이다. 수성구 경우 1999년 2건에 불과하던 빌라 신축이 올해는 벌써 180건을 넘어섰다.

남구 대명1동 앞산네거리 인근 주택가에도 8개의 빌라 건축 현장이 있다. 남구 역시 1999년 한햇 동안 10건에 불과했던 빌라 건축이 올해는 114건으로 늘었다.

시 전역으로 봐도 사정은 마찬가지. 시청에 따르면 1999년 120가구분에 불과했던 빌라 신축은 2000년 1천288가구분, 작년 6천868가구분으로 급증했다.

올 들어서는 더 늘어 9월 말까지만도 7천359가구분이 허가를 받았다. 시청 건축주택과 관계자는 "지역 중견 건설업체 무더기 도산으로 대규모 아파트 건설이 중단된 뒤 소규모 건설업체들이 다세대.다가구 주택을 경쟁적으로 지었다"고 전했다.

◇빌라, 무엇이 좋을까? = '아파트의 편리성에 충분한 공급량'이란 조건을 갖춘 것이 가장 큰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수요자.전문가들이 말하는 장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구조.시설이 아파트와 비슷하고 갈수록 자재도 고급화하고 있다. 최근엔 드럼세탁기.김치냉장고.식기건조기.가스오븐 등을 끼워주는 경우도 있다.

둘째, 입주 시기를 자신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 아파트는 공급이 달려 전세조차 얻기 어렵지만 빌라는 입주 시기에 구애받지 않고도 분양 받거나 전세를 구할 수 있다.

셋째, 그러면서도 부담이 아파트보다 적다. 지구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분양가가 33평형 기준으로 8천만∼1억3천만원 선으로 아파트의 80∼90%에 불과하고 관리비 부담도 비슷한 크기의 아파트보다 월 10여만원 적다. 소득 적은 고령자나 젊은층에 유리한 것.

넷째, 한 동에 10가구 안팎만 살다보니 이웃 정을 나눌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웃간에 서로 잘 알게 돼 주차시비나 야간 소란 등 문제도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 김모(31.여.서구 비산동)씨는 "이웃이 친구가 되는 등 가족처럼 지낸다"고 했다.

40여년간 단독주택에 살다가 일년전 빌라로 이사했다는 박모(44.수성구 지산동)씨는 "단독주택보다 구조.시설이 짜임새 있고 아파트와 달리 개별 난방이 가능한 것도 빌라의 좋은 점"이라고 했다.

자신이 사는 6층짜리 빌라는 엘리베이터도 갖췄고 입구에 비밀번호형 잠금장치가 돼 있는 등 시설도 마음에 든다는 것. 박씨는 살던 집 주인이 갑자기 비워 달라고 해 아파트를 구하러 다녔으나 조건에 맞는 것을 쉽게 구할 수 없어 빌라로 방향을 바꿨다고 했다.

◇일부에선 문제점도 = 한 공인중개사는 "적은 땅에 많은 빌라를 짓다보니 동 사이가 60∼70cm밖에 안되는 빌라도 있어 사생활 공간 확보의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김모(29.서구 비산동)씨는 "주차장이 외줄 골목같이 만들어져 한 줄에 3, 4대씩 주차되는 바람에 한밤중에 차를 빼주러 나가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하자 보수 문제를 거론한 입주자도 있었다. 북구 관음동 김모(29)는 "벽에 물이 새고 방 문 이도 안맞았지만 독촉 2주일이 지나서야 건축주가 고쳐 주더라"고 했다. 이때문에 김씨는 "문제 해결을 위해 입주민 모임이 자주 열린다"고 했고, 수성구 지산동 이모(40)씨는 "한 동에 반장을 2명 두는 등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말했다.방범 능력이 떨어지거나 베란다를 없애는 바람에 외풍이 심하다는 경우도 있었다.

◇계속 늘까? = 빌라 열풍도 이제 공급 과잉때문에 점차 정점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부동산 업계는 판단했다. 올해 초 가구당 0.4대에서 0.7대로 강화된 빌라 주차장 확보 기준이 내년부터는 가구당 1대로 더 강화되는 것도 붐을 식힐 소재라는 것.

수성구청 건설과 관계자는 "빌라 건축 허가가 줄지 않고 공사 중인 빌라 역시 여전히 많지만 공급은 이미 포화상태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청룡 부동산백화점 정용 대표는 "대규모 아파트 분양이 시작되면 빌라 분양은 고전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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