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미국의 일방주의를 경계한다

미국이 대(對) 이라크 전(戰)에 대비, 세계 50개 동맹국들에게 외교 및 군사지원을 요청했다. 국제연대를 강화, 이라크의 목통을 조여 미국의 중동전략을 관철시키겠다는 의도다. 우리나라에도 명시적 조건 없이 지원요청을 해왔다. 무기사찰이 순탄치 않아 전쟁이 일어날 경우 파병 및 전비(戰費)부담을 미리 염두에 두어달라는 주문일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세계전략에 대해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연대 결성이 이라크 압박용이라고는 하지만, 전쟁을 가정해서 동맹국을 동원한다는 것은 지나친 감이 있다. 한 국가의 운명이 오가는 전쟁을 돌팔매 싸움 정도로 희화화(戱畵化)한 느낌이다.

이는 미국이 동맹국의 입장이나 부담은 돌아보지 않고 자국의 전략대로 세계를 주무르고 있다는 독선으로 비쳐질 수 있다. 실제로 독일 등 많은 나라들이 명분 없는 이라크 전에 말려드는 것을 반대하거나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 같은 미국의 패권적 세계문제 해결방식은 지구촌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 세계는 초강대국 미국의 작용과 거기에 대응하는 국가 또는 국가 군(群)의 반작용으로 흐르고 있다.

문제는 중심국가인 미국의 철학이 '관용'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응징'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논리가 힘으로 흐르게 되면 세계는 어지러운 싸움판이 될 수밖에 없다. 쿠웨이트에서, 사우디에서 미국인들에 대한 테러가 일어난 것도 그런 현상의 하나가 아닌가 한다.

'미국이 초강대국의 군사력을 과시하면 할수록 쇠퇴의 길을 재촉하게 될 것'이라는 미국 내 지식인들의 반성이 있었다. 적대국으로 간주되는 나라에 대해 '선제공격을 하겠다'는 부시 독트린을 염두에 둔 말이다.

또 1만3천여명에 이르는 미국 내 지식인들은 이라크 전(戰) 반대서명을 하기도 했다. 명분 없는 전쟁으로 반미감정만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게 그들의 우려다. 북한이 깡패국가로 지칭되고 있지만 동맹국 소들에게 억지로 물을 먹이려 하는 미국 또한 다른 차원의 불량국가가 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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