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는 자꾸만 가는데 단일화 재협상은 사흘째 진통이니 국민들은 허기에 지쳤다. 산모가 사흘째 진통이면 벌써 제왕절개라도 했을 일인데 여태도 샅바싸움이니 "두사람이 뭐가 그리 잘나 이 모양이냐"는 볼멘소리가 목구멍까지 차오를밖에. 엊그제는 서상록 후보가, 어제는 김옥선 후보가 "이런 불평등한 선거에 넌더리가 난다"며 '깨끗이'후보를 사퇴했다. 이렇게들 좀 안되나?
양쪽이 합의도장을 못찍는 것은 소위 '3등 후보' 역(逆)선택 현상이 나타날 경우 여론조사결과를 무효화하자는 문제때문인데, 기실 속내는 서로 후보자리 내어주기 싫다는 얘기다. '3자(者)필패'임을 뻔히 안다면서 이틀 밤낮을 다투고 있으니 국민들이 "제발 잠 좀 자자!"고함을 지르는 것이다.
노무현·정몽준 후보는 단일화의 청사진도 한장 없이 인기투표에만 정신이 팔린 두사람을 유권자들이 어떻게 쳐다볼지 두려움을 가져야 한다. 단일화 이후 정치의 행방도 묘연하다. 여론조사의 승자가 대통령후보, 패자가 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했으면 이건 거의 틀림없이 MHJ(무현·몽준)연합정권인데, 이런 중차대한 문제에 대한 답은 없이 무조건 2·3등만 결정하자고 하니 박수를 쳐주다가도 우습다.
딱 한번밖에 할 수 없게된 TV토론도 이젠 비교검증의 효력에 의구심이 든다. 단일화 발표문 말미에 두사람은 '정치·남북·농업분야의 해결방안에 의견을 같이했다'는 합의조항까지 담아놨으니 정책의 차별화를 무엇으로 보여줄지도 걱정이다. 더구나 단일화 방법이 'TV토론후 여론조사'인데, 조사대상 1천800명중 TV안보고 답한 사람이 많을 경우 이건 유효표인가 무효표인가? 의문을 갖자면 끝이 없다.
우리는 '어쨌든간에' 단일화가 된다면 재미있는 게임, 국민의 관심을 제대로 정치판에 되돌려놓는 게임이 된다는 점에서 환영한다. 따라서 두 후보는 지금, 구경에 지친 국민들이 마침내 이런 의구심까지 품게 됐음을 읽기 바란다. "TV토론후에도, 여론조사 후에도 안깨어진다는 보장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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