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선 D-27 노-정 후보단일화 사실상 타결

---노 "내가 못이겨도…"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후보단일화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이날 중앙선대위 본부장단회의에 참석, 참모들과 논의한 끝에 국민통합 21 정몽준 후보측의 요구사항을 수용하면서 단일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히고 나섰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강경했던 노 후보의 이같은 입장 급선회는 후보단일화를 위한 TV토론이 실질적으로 가능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노 후보의 이같은 입장은 이날 아침부터 감지됐다.

노 후보는 이날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수도권지역 기독교 목회자 초청 토론회에서 "내가 이기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단일화를 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단일화 의지를 피력했다.

당사에 돌아온 노 후보는 기자들이 단일화협상 타결 가능성을 묻자 "지금은 입에 발린 말을 할 때가 아니다"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결국 1시간여 동안 선대위 본부장단회의를 열어 노 후보는 통합 21측의 요구를 전격적으로 수용하는 결단을 내리고 기자회견장에 나섰다.

그러나 이에 앞서 민주당이나 노 후보측의 분위기는 상당히 격앙돼 있었다. 단일화협상 결렬에 대비한 책임론이나 명분에 신경을 쓰는 모습도 노출됐다. 이날 열린 선대위 회의에 참석한 노 후보측 인사들은 통합 21측의 협상태도를 앞다퉈 성토했다.

김원기 고문은 통합 21 정몽준 후보가 21일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공약한 것에 대해 비판했다. 김 고문은 "단일화협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찬물을 끼얹는 일은 앞으로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면서 "분열을 조장하는 일은 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조순형 선대위원장은 "단일화가 성사되면 양당은 공조관계에 들어가고 대선에 승리하면 연립정권이 된다"며 "협상의 갈림길에서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공약을 발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우리 당 내부 교란용 아니냐"고 비난했다.

이해찬 의원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단일화를 위한 협상과 여론조사여야 하는데 통합 21은 단일화가 안되는 구도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이처럼 통합 21측의 단일화협상 의지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혹의 시선을 던지기도 했지만 단일화 없이는 대선은 필패라는 공감대앞에 모두 노 후보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정-'역선택'수용 만족

국민통합 21 정몽준 후보측은 비교적 '만만디' 전략으로 나섰다.

결국 이날 오전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기자회견을 통해 통합 21측의 요구를 전격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밝히자 김행 대변인을 비롯한 통합 21의 당직자들의 표정은 밝았다. 민주당을 몰아붙인 끝에 한나라당의 역선택을 방지하자는 자신들의 방안이 관철된 데 대해 만족하는 표정이었다.

정 후보와 측근들은 노 후보의 기자회견 직후 긴급 구수회의를 갖고 노 후보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이어 정 후보도 직접 기자실에 내려와 기자회견을 갖고 노 후보제안 수용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로써 지리한 단일화 협상은 두 후보가 만난 지 5일만에 완전 타결을 본 것이다.

이에 앞서 협상타결 전망에 대해 정 후보는 이날 아침부터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정 후보는 이날 예정된 TV토론이 무산될 지경에 처했는데도 일일전략회의에서 "협상이 잘 이뤄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김민석 선대위 총본부장도 "합리적으로 이해하는 선에서 완전한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결국 잘 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처럼 통합21측의 분위기는 협상타결을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분위기가 우세했다.그러나 만일의 경우에 대비, 협상결렬의 책임을 민주당측에 전가하려는 듯한 모습은 곳곳에서 노출됐다.

그러면서도 통합21측은 벼랑 끝에 선 두 후보가 결단을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가 상대적으로 강했다. 김행 대변인도 "우리는 앞으로도 원칙과 금도는 지킬 것이며 협상 타결에 강한 의지와 기대, 낙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 후보도 21일까지는 타결 낙관에 대한 언급을 계속하면서도 단일화 협상 결렬에 대비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며 민주당을 자극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정 후보는 기자회견을 통해 분권적 대통령제 개헌을 공약으로 내놓고 노 후보측을 압박했다. 후보단일화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와중에 느닷없이 개헌안을 제시한 것에 대한 특별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그러자 정 후보가 세확산을 위한 제정파 유인책의 일환으로 개헌안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단일화 타결 배경은

교착상태에 빠져 있던 후보단일화 논의가 결국 타결 쪽으로 기울게 된 것은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가 지난 16일 단일화 1차 합의에서 강조한 국민들의 마음 즉 여론이 가장 큰 작용을 한 때문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유권자 50~60%가 단일화를 찬성하는 것으로 나왔고 단일화가 무산될 경우 국민의 실망감은 두 후보는 물론 민주당과 통합21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거셀 것이라는 분석이 가장 강한 압박으로 작용했다는 것.

정 후보측 요구의 전면 수용으로 협상의 돌파구를 연 노 후보도 22일 회견에서 "단일화가 안됐을 때 국민은 실망하고 정치와 정치인을 불신할 것"이라며 "예선과 본선의 승리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외면하기 어려웠음을 시사했다.

또한 노 후보의 '기습적인' 요구조건 수용이라는 공격을 받은 정 후보 역시 협상 결렬 등 퇴로를 사실상 차단당했다는 점에서 합의 내용을 수용하는 수밖에 없었다.노 후보의 기자회견이 있자마자 김행 대변인이 즉각 "정몽준 후보가 노 후보의 제안을 수용하기로 했다"며 "TV토론은 오늘 오후 7~9시까지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양측 협상단은 20일 오후부터 21일 밤까지 27시간 마라톤 협상을 벌였으나 여론조사 결과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여론조사 참여로 여론조사가 왜곡되는 '역선택' 현상이 나타날 경우 무효화한다는 조항의 삽입 여부로 논란을 벌이다 등을 돌렸다.

통합21측은 "역선택을 막기 위해 5개사 여론조사 결과 중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최근 평균 지지도(35%)보다 3% 이상 지지도가 떨어지는 조사 결과를 무효처리하자"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그러나 민주당측이 "그랬다가 모든 여론조사 결과가 무효화하면 결국 단일화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며 거부하면서 진통이 거듭됐다. 또 '어느 후보가 이회창 후보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가'라는 경쟁력 평가도를 두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이후 양당은 일단 22일 협상을 재개키로 했으나 아직 시간을 정하지는 못하고 내부 전략회의에만 열중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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