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일 망국병 학벌주의 닮았네

입시철을 맞아 서울대와 도쿄대 두 한·일 명문대학이 빚어낸 학벌지상주의와 그 폐해를 성토한 책이 나란히 출간됐다. '서울대가 없어야 나라가 산다'(김동훈/THE BOOK)와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다치바나 다카시/청어람 미디어)가 그것.먼저 우리나라 헌법1조는 '대한민국은 서울대 공화국이다'로 고쳐써야 할까.

'삼수, 사수를 해서라도 서울대에 가라' '힘들어도 서울대생 아버지가 좋더라'는 식의 간지러운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과도한 사교육비의 원인을 서울대에 돌리는 대학교수도 자기 자식이 서울대에 가기를 은근히 바란다. 판·검사 69, 70%가 서울대 출신이고, 고시에 붙어도 소위 서울대에 들어야 출세가 보장된다.

일본도 다르지 않지만, 이들은 사회에서 '학벌패거리'를 만들고 사회자본을 독식하며 또다시 학벌주의를 심화시킨다. 망국병의 혐의가 서울대에 짙게 드리워 있다.

'서울대가 없어야 나라가 산다' 대한민국의 현대판 카스트, '학벌'의 폐악에 대한 책이다. 비 서울대출신의 시샘섞인 '서울대 때리기'가 아니라, 그들만의 '학벌권력' 유지를 위해 쏟아붓는 사회적 비효용에 대한 고발이다.

지역감정보다 '학벌감정'이 더 무섭다?

최근 '김윤식의 현해탄 콤플렉스'라는 논문을 통해 김윤식의 학문도용을 지적한 서울시립대 박사과정의 한 대학생이 자퇴의 길을 밟았다. 배경은 서울시립대 국문과 교수들이 자신들의 스승을 모독했다며 이 학생에게 갖은 압력을 가한 것. 교수, 강사할 것 없이 모두 서울대 출신이니 그 학교 교수회는 동문회나 다름없다는 얘기.

저자는 특정 지역출신의 권력독점보다 더 큰 문제가 학벌패거리의 '권력 싹쓸이' 현상이며, 학벌은 야만을 잉태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적 학벌숭상은 '과거문화' '서열의식' '졸부의식'에서 비롯한다고 분석한다. 양반은 문벌의 간판아래 어떠한 무임승차도 가능했던 특권족.

학벌숭상에 대한 경제학적 분석, '속물효과'(snob effect)와 '편승효과'(bandwagon effect)도 흥미를 끈다. 전자는 명품을 갖게 되면 자신도 상류사회에 속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고, 후자는 이른바 '친구따라 강남가는' 현상. 이들이 결합하여 명품에 대한 수요가 가격과는 관계없이 하늘을 찌른다는 설명이다.

우리의 명문대학은 곧 '브랜드 대학'이며, 명문대생은 마치 루이비통 가방이나 페라가모 원피스를 걸친 여인처럼 특별한 능력을 부여받은 것처럼 숭상한다는 것. 졸부의식이란 말이다.

저자는 "'대학중의 대학'이 돼버린 서울대를 '(여러개 중)하나의 대학'으로 만들어야 학벌주의가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존의) 대학평준화론은 허구"라고 쏘아붙이는 저자의 주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류대학 때문에 교육문제가 생겼으니 일류대학을 없애자는 발상은 너무나 순진한 생각이다. 오히려 다수의 대학들이 진정한 일류가 되기 위하여 경쟁할 수 있는 공정한 조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의 개입으로 이뤄진 국립우위의 대학서열화가 청산되고, 대학간의 경쟁, 그것도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진정한 시장원리가 도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다치바나 다카시/청어람미디어)는 대중에 영합한 교육이 도쿄대를 망쳤다고 화살을 날렸다.

관료, 사법, 대기업 등 일본 사회의 중심 엘리트를 배출하는 도쿄대 법학부의 주입식 교육을 표적으로 삼은 저자는 "간판만 따는 엘리트에게 미래는 없다"고 암울한 경고를 내렸다.

다치바나는 대학은 '스페셜리스트'를 배출하는 것 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지적능력이 높은 '제너럴리스트'를 키워내야 하는데 도쿄대의 앞날이 어두운 이유는 이점에서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이를 위해선 바른 글쓰기와 허위·오류를 간파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터로서의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도쿄대로 상징되는 일본 학벌지향주의의 폐악은 한국의 그것과 무섭게 닮아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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