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마무리된다던 대구선 철로 이설 사업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중앙정부가 경비 부담 약속을 깼다느니 해서 말이 많았고, 이설과 병행해 시가지 모습이 획기적으로 변할 것으로 기대해 온 동촌지구 주민들도 지쳐가고 있다.
또 어떻게 될지 중앙정부 약속이 신뢰조차 못얻고 있지만, 현재 단계에서의 약속대로라면 2004년에는 완공될 전망. 10년은 채워야 반야월 주민들의 꿈이 이뤄질 모양이다. 과연 어떻게 돼 가고 있는 것일까?
◇지지부진한 자금 조달= 대구선 이설에 들어갈 총 비용은 2천425억원으로 계산돼 있다. 부지 매입비가 473억원, 설계비가 25억원, 공사비가 1천927억원으로 잡힌 것. 그 중 1천968억원은 대구시가, 457억원은 중앙정부가 부담키로 했다. 당초 잡혔던 이설 일정은 1994년 공사 확정, 2000년 완공.
대구시는 2천여억원을 부담하는 대신 현재의 대구선 부지 9만8천평을 넘겨 받기로 했다. 그 중 반야월역 부지 2만5천평, 동촌역 부지 1만8천평 등은 팔아서 투자금 중 일부를 회수할 수 있다는 것.
어쨌든 이런 조건으로 이설 사업이 성사됐지만, 지금까지 투입된 액수는 대구시비 1천538억원과 국비 105억원 등 1천643억원에 불과하다. 전체 비용의 67% 가량이 조달된 셈. 이 때문에 공사가 최소 4년 늦어졌다.
중앙정부가 약속대로 부담을 못하겠다고 몸을 사린 것이 화근이었다. 중앙정부는 1998년에 105억원을 한차례 부담한 뒤 지원을 중단했다. 다른 도시에서도 도심철도 외곽 이전 수요가 급증해 형평성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 핑계였다.
◇협상 재타결= 이 때문에 협의가 다시 시작됐다. 대구시는 고모역 인근에 새로 만들어질 화물중계역으로 동대구역에 있던 화물기지를 옮기고 그 자리에는 고속철 역사를 건립키로 한 점을 강조했다.
'화물역 이전 비용' 명목으로 376억원을 지원해 달라고 새로 요청한 것. 이에 중앙정부도 352억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이런 곡절 끝에 352억원 중 100억원이 내년에 우선 지원될 예정이다. 중앙정부 부담이 재개된 것. 나머지 252억원은 2004년 받기로 약속됐다고 대구시청 관계자는 전했다.
내년에는 대구시도 120억원을 부담할 예정이다. 합쳐 220억원이 투입된다는 것. 하지만 대구시도 내년 예산에 일단 20억원만 계상해 놓고 있다. 김돈희 도시건설국장은 "나머지 100억원은 내년 3, 4월쯤 있을 예산 추경 때 계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야월 주민들의 꿈= 대구선은 도심을 가로지름으로써 대구 동부 발전에 큰 장애로 인식돼 왔다. 이런 장애가 없어지면 특히 안심.반야월 지구의 환경은 좋아질 수밖에 없는 셈. 철로 사고 위험, 소음 피해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대신 너비 10~12m인 현재 선로 자리에는 자전거 전용도로와 녹도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높다. 주민 의견을 들어 결정될 예정이지만, 그렇게 될 경우 일대 주민들은 귀한 환경 자산을 얻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동부 주민들의 기대를 정작 부풀리게 하는 것은 대구선 이설과 병행해 추진되는 연탄단지.시멘트공장 부지 재개발이다. 이들 시설은 대구선 철로가 있어야 가동될 수 있는 것들. 그러나 철로가 옮겨 가 버리면 함께 이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또 이들 시설은 그동안 이 지역 발전을 결정적으로 제약해 온 공해시설로 인식돼 왔다. 연료단지에는 현재 5개 업체가 있으나 늦어도 2004년까지 이전할 예정이고, 쌍용양회도 외곽 이전을 확정한 상태이다.
재개발 가능성과 관련, 대구시청 허운열 도시개발 담당은 "연탄단지, 시멘트공장 부지, 반야월역 부지 등을 묶어 아파트.오피스텔.업무빌딩.병원 등이 들어서도록 이미 지구단위 계획이 세워져 있다"고 말했다. 실천되면 이 지구가 반야월 전지역의 중심지구로 조성된다는 것.
◇공사현장 풍경= 새 대구선 건설에 필요한 부지는 총 20만3천평. 현재 노선의 부지 9만8천평보다 훨씬 많다. 새 노선 중 본선 편입부지 매입은 끝났으나 K2 인입선 부지 매입이 완료되지 않아 전체 부지 매입률은 93% 정도이다.
현재 노선 부지와 관련해서는 대구시가 또다른 걱정을 만났다. 현재의 노선 부지를 팔면 투자액 중 1천200억원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계산했으나 여의찮게 된 것. 지금으로서는 회수할 수 있는 대금이 720여억원에 불과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선로 부지 5만5천평은 매각이 불가능하고 팔 수 있는 것은 반야월역.동촌역 부지 4만3천평 뿐임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그 중 동촌역 부지의 개발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토목(기반공사 및 다리.터널 건설) 공정은 76%, 궤도.신호.통신.전기 등 시설공정은 42% 정도라고 대구선 감리단 김현철 부장(대한컨설턴트)이 전했다.
동대구(화랑로)~고모역 사이에는 고모터널(540m)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이 터널은 팔현마을을 우회하기 위한 것. 또 고모역 구내에는 이미 새 선로가 깔려 경부선 열차도 이를 이용하고 있다. 고가로 달리게 돼 있는 화물중계역~금강역 사이 2.204㎞에는 고가로 건설이 진행 중. 청천역~K2 사이에도 부동터널(1천50m)이 만들어지고 있다.
◇새 대구선 어떻게 만드나= 대구선 이설 사업은 동대구역~동촌역~반야월역~청천역 사이의 14㎞를 옮기려는 것이다. 대구선에서 K2공군기지로 들어가는 인입선이 또 1.3㎞ 연결돼 있어, 이것 또한 옮겨야 한다. 실제 공사는 전문성 있는 철도청에 위탁해 진행되고 있으며, 3개 공구로 나뉘어 진행 중이다.
새로 만들 노선은 동대구역~고모역~화물중계역~금강역~청천역 사이 16.5㎞와 청천역~K2 사이 인입선 9㎞ 등이다. 동대구역을 출발한 새 노선은 고모역까지는 경부선과 같이 간다. 고모역에서 1㎞쯤 더 가다 경부선으로부터 분리돼 나오며, 이어 화물중계역(수성구 가천동)~금강역을 거쳐 청천역에 도달토록 돼 있다. 화물역 인근에는 경부고속철 차량기지창이 건설되고 있고, 대구~부산고속도 건설 공사도 진행 중이다.
금호강을 끼고 달리게 돼 있고, 인근에는 경부고속철.경부고속도가 지나간다. 현재 노선에는 건널목이 22개 있지만 새 노선은 입체화.고가화로 건널목이 하나도 없다. 역은 고모역 등 4개 있으나 화물중계역.금강역은 화물만 취급한다.
최정암기자 jeong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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