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워할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삶에 윤기를 더하는 소중한 일인 것 같다. 5년 동안의 이탈리아 유학생활을 되돌아 볼 때면 늘 그리움에 젖게 하는 이들이 있다.도나토와 클레멘티나 부부와 외동딸 플라비아.
도나토는 중학교 교사로 늘 눈동자에 장난기가 가득한 명랑한 친구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20년 간의 열렬한 도나토의 구애로 그의 아내가 된 클레멘티나는뛰어난 미모만큼이나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딸 플라비아는 긴 금발머리에 푸른 눈이 매력적인 소녀였다.
그들과의 만남은 페스까라의 국립음악원을 진학할 때 집을 구하면서 이루어졌고, 그곳에서 생활하는 동안 그들은 나의 보호자이며 친구가 되어 주었다.매주 일요일 함께 교회에 다녀와서, 그들의 집에서 점심과 저녁 식사를 나누고 돌아가는 내 손에는 늘 푸짐한 음식들이 들려 있었다.
학교 시험을 앞두고는자료 수집에서 요점정리, 발음교정에까지 완벽한 가정교사로, 음악회가 있을 때면 오신 손님들의 식사 대접과 잠자리까지 신경써주는 나의 매니저였다.또 몸이 아플 때면 병원에 함께 가고 약국에서 약을 챙겨 나의 손에 꼭 쥐어 주었다.
때로는 그들의 극진한 마음에 부담을 느낄 때도 있었다. 어느 날, 클레멘티나에게 이렇게 많은 사랑과 친절을 베푸는 이유를 물었더니 그녀는 얼굴에 하나 가득 미소를 담고 대답했다. "물론 당신이 좋아서지요. 처음으로 사귄 동양 친구여서 정말 사랑을 느끼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성경에 이웃을 내 몸과같이 사랑하고, 이방인을 돌보라는 하나님의 말씀이 있으니까요".
순간 내 얼굴은 발갛게 달아올랐지만, 마음 깊숙한 곳에선 따스함이 밀려왔다. 난 그들에게서 사랑하는 법과 다른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내는 법, 그리고 사랑과 관심이 사람을 얼마나 행복하게 하는 것인지를 배웠다.
그들의 사랑에 보답할 길은 없지만, 그들에게 배운 사랑의 방법으로 내 주위에 있는 이들에게 내가 느꼈던 그 가슴 벅찬 행복감을 함께 나누며 살고 싶다.
(메조소프라노·계명문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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