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형화재 주범 '샌드위치 패널'

◈대부분 공장 사용 위험 도사려

"최근의 대부분 대형 화재가 샌드위치 패널 사용 건물에서 발생했습니다. 씨랜드 화재(1999년), 예지학원 참사(2001) 때도 샌드위치 패널이 피해를 키웠습니다".

달서소방서 소재성 방호담당은 "업주들도 화재 위험을 알지만 여러가지 장점때문에 공장 신증축 때 가연성 샌드위치 패널 사용을 선호한다"며, 특히 최근 1~2년 사이 대구지역 신축 공장에 이 자재 사용이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대형화재를 막기 위해선 현재 속수무책인 관련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것.

◇샌드위치 패널 얼마나 쓰이나 = 달서소방서에 따르면 성서공단 내 샌드위치 패널 사용 공장은 1997년 380개(전체의 35%)에서 지난해 610개(49%)로 급증했다. 그 중 98.2%가 화재에 취약한 스티로폼.우레탄폼을 내부 충전재로 썼고, 난연성이 인정되는 그라스울 사용은 1.8%에 불과했다. 유통되는 샌드위치 패널 거의가 가연성의 것이라는 이야기.

샌드위치 패널 생산공장은 전국에 300여개, 연간 생산.판매량은 7천200만㎡, 시장규모는 8천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관련 업계는 파악했다.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해 지금까지 약 32만동의 건물이 이 재료로 마감됐다는 것.

처음에는 공장.창고에 주로 쓰였으나 지금은 대형매장.병원.학교.청소년수련장.노인시설은 물론이고 주택에까지 쓰이고 있다. 이같은 사용 확산은 시공 편리성, 짧은 공사기간, 저렴한 비용 등 장점 때문이라고 관계자들은 말했다.

◇대형화재 부른다= 올 들어 대구에서 발생한 공장 화재 중 가장 큰 피해를 낸 것은 지난 3일 성서공단 한 침구류 공장(8천만원) 및 8일 서대구공단 한 화학공장 화재(9천700만원) 등이었지만. 이들 공장 모두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공장들이었다.

화학공장 화재 현장에 출동했던 장인철 소방관은 "다행히 인접 공장 두 채는 벽돌로 지어져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며, "화학공장 내 3개 건물 중 벽돌로 지어진 것에서는 피해가 훨씬 적었으나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건물은 전소됐다"고 전했다.

침구류공장 화재 때 출동했던 대천소방파출소 이현재 부소장은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공장에서 불이 나면 속수무책"이라며 "달서구청에 그런 형태의 공장 건축 허가 때는 동간 거리를 3~5m 정도 띄우도록 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지만 관련 법 규정이 없어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얼마나 위험하나= 샌드위치 패널은 불이 잘 붙지만 끄기도 어렵다고 소방관들은 말했다. 불이 잘 붙는 것은 그 내부 충전재로 쓰는 스티로폼 및 우레탄폼의 인화점이 매우 낮기때문.

스티로폼.우레탄폼은 160~180℃만 돼도 불이 붙으면서 높은 열을 발생시켜 곧바로 인접 건물들로 불을 퍼뜨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게다가 불이 났을 때 외부 철판 사이로 들어간 공기가 그 속의 스티로폼.우레탄폼에 격렬한 연소 현상을 일으켜 불길 확산을 빠르게 한다고 소방관들은 말했다.

반면 그 외부에 붙여진 철판은 오히려 진화용 물 투입을 방해할 뿐 아니라 충전재가 모두 탄 뒤엔 무게때문에 엿가락처럼 휘어져 사고 위험까지 높인다고 했다.

충전재가 탈 때 발생하는 독가스는 인명까지 위협한다. 이는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이 지난 13일 21종의 건축 내장재를 대상으로 실시한 화재 안전성 평가에서도 증명됐다.

우레탄 샌드위치 패널에서는 질식사에 가장 위력적인 시안화수소가 147ppm이나 검출됐으며, 샌드위치 패널에서 발생한 각종 독가스를 마신 동물들은 모두 죽었다. 영국은 100ppm을 시안화수소 치사 기준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소방관들은 "특히 바람이 많이 불고 건조한 겨울철에는 산소마스크를 써도 독가스를 견뎌내기 힘들다"고 전했다.

◇선진국에선 어떻게 하나= 우선 건물간 이격거리와 관련해,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쓰인 건축자재의 화재 위험성에 따라 이격 거리를 다르게 규정하고 있다"고 한국소방검정공사 김해영 연구원이 전했다. 우리나라도 위험 요소에 따라 거리를 규정하는 쪽으로 법률을 바꿔야 한다는 것.

또 안전 선진국들은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 사용을 철저히 규제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유럽.미주에서는 내부 충전재가 잘 안타도록 특수처리한 패널만 허용하고, 후진국이라는 중국조차 연소특성 시험을 통과한 샌드위치 패널만 사용토록 국가가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건설기술연구원은 샌드위치 패널의 유독성, 연기발생량, 불꽃 번지는 거리 등 ISO 검사기준을 외면하고 있다. 불연.난연 시험만 하고 있을 뿐이다. 건교부도 뒤늦게 작년 6월 '난연성이 인정되는 샌드위치 패널'만 사용토록 입법 예고했지만 관련 업계 반발로 시행은 못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경북대 건축공학부 김화중 교수는 샌드위치 패널에 대한 무조건적 규제에는 반대했다. 공해가 적은데다 이미 시장 규모가 커 일방적 규제가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 공장 관계자들 역시 "콘크리트 건물은 샌드위치 패널 건물보다 4, 5배나 건축 비용이 많이 들고, 그라스울 샌드위치 패널 역시 가격에 3배나 차가 나 한꺼번에 모든 것을 바꾸기는 불가능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따라 김 교수는 "건물 주변 가연물 정도, 건물간 이격거리, 건물내 내화구조 등에 따라 규제 방법에 차등을 두는 융통성을 구사해야 한다"며, "화재 위험성이 큰 건축물부터 점차적으로 샌드위치 패널 사용을 규제해 나가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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