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보수 對 진보' 뚜렷해진 大選색깔

이회창 후보가 기다리고 있는 대선(大選) 본선에 노무현 후보가 진출했다. 긴가민가하던 단일화가 성공한 것이다. 정몽준 후보도 노 후보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우리는 우여곡절 끝의 단일화, 명분도 전례도 없다는 비판만이 쏟아졌던 이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가 '첫단추'에 성공했음을 불행중 다행스럽게 여긴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산 너머에 또 산이 있음을 발견한다.

단일화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오늘 만난다는 노·정 두사람의 공동전선의 전개방향, 그리고 그동안 실종상태에 빠져 있었던 이회창·노무현 양자의 정책대결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느냐가 새로운 고비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으로의 단일화 확정은 유권자의 입장에서 보면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 이회창·노무현 두 후보의 상대적인 이념이 보혁(保革)대결, 보수 대(對) 진보의 충돌이라는 점에서 역대 어느 대통령 선거때보다 '대선의 색깔'이 또렷해진 것이다. 국민이 양자(兩者)에게 확실한 이념·정책의 대결을 주문할 수 있게 됐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같은 기대가 노·정 정책연대의 약속때문에 허물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이질적인 정몽준 후보가 노 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이 된다는 것은 노 후보가 TV토론에서 결정타를 먹인 바, '정경유착의 우려가 큰' 정 후보와의 공동정권 구축이란 모순을 해명할 방법이 쉽지않고 이 점, 이·노 두 후보가 정책대결은커녕 상호비방·흑색선전으로 치달을까 걱정되는 대목이다. 노무현 후보가 'MHJ연합'이란 비판을 피하려면 패자가 승자의 선대위원장을 맡는다는 약속은 차라리 하지 말았어야 했다.

또한 우리는 이회창 후보의 한나라당이 노무현 단일후보가 결정된 마당에 더 이상의 비난성명은 접고 정책대결로 돌아설 것을 권한다. 남의 잔치에 배아파하는 인상보다는 정치를 불신하고 경제에 불안해하는 국민들에게 새로운 선거풍토를 보여줌으로써 승리를 노리라. 힘겹게 본선진출에 성공한 노 후보에게 환영의 메시지를 보내라. 그것이 대선 재수(再修)에 성공하는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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