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문화, 새로 꽃피우자-(1)경쟁력 없는 도시

대구는 문화경쟁력을 갖춘 도시인가? 그 답은 한마디로 노(No)다. 그동안 한강 이남 최대의 문화도시로 자부해왔던 대구시민들에겐 분명 자존심 상하는 말이지만 각종 지표로 나타나는 현실은 대구가 문화경쟁력이나 문화 비전과는 거리가 먼 도시임을 말해주고 있다.

최근에만 해도 대구시민들은 전국에서 몰려온 수많은 영화팬들로 북적대는 부산, 그리고 제4회 비엔날레를 보려는 국내외 관광객들로 붐볐던 광주를 부러운 심정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부산은 영화로, 광주는 미술행사로 저마다 자신들의 문화역량을 극대화·국제화하고 있는데 대구는 닭 쫓던 개 지붕쳐다보는 식의 처지가 돼버렸다.

더욱이 올해 부산과 광주는 미술행사인 '제1회 부산비엔날레'와 '제2회 광주국제영화제'를 각각 열면서 상대방 영역을 침범하는 등 경쟁에 여념이 없다.대구는 지금 내세울만한 간판급 문화행사 하나 없는 3등 문화도시로 전락했다.

더 큰 문제점은 이처럼 초라해진 지역 문화예술의 현실을 뼈아프게 자성하는 목소리도, 지역 문화예술의 미래지향적 아젠다를 설정하고 추진해나가려는 움직임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데 있다. 대구시 공무원이나 사회지도층, 예술인, 시민들의 문화마인드가 총체적으로 시대에 뒤처져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 원로예술인은 "대구시가 얼마전만 해도 '돈이 없다'며 국제적인 문화행사를 외면하다가 다른 도시들이 문화행사를 선점하자 이번에는 '할 것이 없다'고 고민하는 실정"이라면서 대구시의 무계획을 지적했다.

내년도 문화예술분야 예산안을 볼 때도 전국 5대 도시중 대구는 꼴찌다. 대구는 내년도 문화예술관련 예산안을 올해보다 43.6%나 증액(180억→270억원)하고 나서야 겨우 1%에 도달했다. 그것도 인구가 비슷한 인천에 비해 114억원이나 적고, 대구인구의 절반에 못미치는 광주에 비해 불과 34억원이 많은 액수다.

한 공무원은 "대구시의원들도 문화예술관련 예산을 심의할 때면 '그 돈이면 다른 것을 할 수 있다'며 노골적으로 냉대한다"면서 "도로나 다리를 건설하는 것만이 경제활성화라고 생각하는 지역 일부 지도층의 인식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역민들의 문화인식도 대구문화의 발전을 가로 막는 요인이다. 한 음악인은 "지역 음악인들의 연주는 외면하면서도 외부 공연은 줄을 서서 표를 구입하는 관객들의 모습은 연주인들의 힘을 빠지게 한다"며 "실력이 다소 미흡하더라도 지역문화발전을 위해 동참한다는 의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또"반면 예술인들도 늘 자기 계발을 통해 팬들을 늘려가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지도층의 문화마인드 부족과 예술가 위에 군림하려는 폐쇄적인 공무원의 태도, 지역예술을 외면하는 지역민의 성향, 인재를 키워주지않는 지역의 인색한 풍토, 예술인들의 노력 부족 등이 합쳐져 '문화없는 대구'를 만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비문화적 풍토는 지난달 문화관광부와 문화정책개발원의 전국 16개시도 문화지수 조사에서 광주와 달리 대구시는 하위권에 머무는 결과를 가져왔다.

권정호(60·대구대 교수)대구예총회장은 "대구는 문화예술 관련 전분야에서 서울을 제외한 타도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풍부한 인적자원과 전통을 갖고 있는데도 역량을 모으지 못했다"면서 "이제라도 역량을 모아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문화경쟁력은 바로 도시의 경쟁력이다. 지금부터라도 '대구가 문화도시인가'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에서부터 시작해 대구시와 시민들은 모두가 하나되어 아이디어와 힘을 모아야한다. 왜냐하면 대구의 발전은 문화발전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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