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 클릭-문화재 발굴 현장

문화재 발굴은 잃었던 역사를 되찾는 일이다. 고구려 무덤벽화를 통해 고구려인들의 생활모습과 얼굴 생김새를 알아냈고, 풍납토성 발굴로 백제인들의 살림터와 생활도구를 확인했다. 신라사람들이 돌을 깔아 길을 내고 우마차를 이용했던 것도 발굴을 통해 알 수 있었던 사실이다.

문화재 발굴은 학술적인 목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요즈음은 개발사업에 따른 구제발굴이 많다. 자연유실이나 공사 등으로 인해 땅속의 유물.유적(매장문화재)이 드러나면 지표조사를 통해 그 분포상태를 확인하고 유적의 분포 범위나 밀도.성격 등을 파악하기 위해 시굴조사를 한다.

시굴조사 결과에 따라 발굴조사 계획을 수립하는데, 이때 발굴이냐 보존이냐의 여부를 둘러싼 검토와 결정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발굴은 땅 속에 들어있는 매장문화재를 드러내는 것으로 유적에 관한 정확한 정보와 연구자료를 얻을 수 있지만, 발굴이 능사는 아니다. 발굴이란 한편으로 보면 유적의 현상을 파괴하는 일이기도 한 것이기 때문이다.

양도영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은 "학술 목적상 중요한 정보를 얻기 위한 발굴도 최소한의 부분에 그쳐야 한다"며 "매장문화재는 발굴이 아니라땅속에 원상대로 남아있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한다.

개발사업지역에서도 문화재가 확인되면 개발에서 제외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개발계획을 바꾸기 어려운 경우에는 발굴조사가 끝난 뒤 다양한 방법으로 이를 보존한다.

현상보존이 불가능할 때는 기록보전을 하고, 다른 곳으로 옮겨 복원하는 이전보존 방법을 쓰기도 한다.매장문화재를 발굴하기로 결정이 나면 문화재청의 허가에 따라 발굴단이 구성된다.

발굴현장에는 발굴을 총괄하기 위한 조립식 가건물이나 컨테이너 사무실도 건립된다. 발굴단은 대규모 현장의 경우 통상 책임조사원과 조사원.조사보조원 등 전문인력 4명 정도가 투입되며 경험이 많은 작업인부들도 제토작업에 참가한다.방학기간에는 고고학 또는 문화인류학과 대학생들이 현장실습을 위해 현장을 찾기도 한다.

발굴지역을 구획하기 위해 트렌치(도랑.홈)를 설치하거나 피터(방)를 설정하면 땅바닥의 겉흙을 걷어내는데, 이를 현장에서는 '땅을 닦는다'고 한다.요즘은 이같은 표토층 제거에 포클레인도 한 몫을 한다.

흙의 색깔이나 굳기 등을 통해 유구(집터.창고터 등 유물이 담긴 자리)를 구별하고 하얀색 페인트로 유구선을 그으면 본격 발굴이 시작된다. 발굴기간은규모에 따라 6개월에서 2년 정도 소요된다.

유구내부 조사에 들어가면 호미와 대칼 등의 기구를 많이 사용하고 흙을 조심스럽게 솔질하기도 하는데, 이 장면은 사실상 발굴의 막바지의 모습이다. 조사원들은 유구의 구조나 중요 유물의 배치상태.위치.층위 등을 낱낱이 기록하며, 중요 유물이 나오면 인부의 접근도 멀리한 채 전문 조사원들이 작업에 매달린다.

아파트나 도로공사 현장에서 옛사람들의 살림터나 무덤자리 등 유적과 함께 질그릇.석기.장신구 등 유물들이 발굴조사를 통해 그 역사적 의미가 부여되는 것은 이같은 과정을 거친다. 사적이나 지방기념물로 지정.보존되는 유적이 나오고 더러는 국보나 보물급 유물이 출토되기도 하는 문화재 발굴현장, 때에 따라서는 역사를 다시 쓸 수도 있는 중요 문화재가출토되기도 하는 발굴 현장에는 그래서 늘 기대와 긴장감이 감돈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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