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정주씨 등 전문스태프 3인방

10여편의 연극이 연이어 무대에 오르는 12월. 배우만 바쁜게 아니다. 지방연극의 힘든 여건속에서도 좋은 연극만들기를 위해 열심히 활동중인 전문스태프 3인방을 만났다. 최정주(41·무대세트), 전용수(32·분장), 서보영(28·여·의상)씨.

스태프들의 눈에 비친 대구연극계는 어떤 모습일까.

20년간 무대세트·소품 제작을 해온 최씨는 지난 2000년, 2001년 대구연극제 무대미술상을 수상했다. 전(경동정보대 메이크업과 겸임교수)씨는 지난 91년 서울 MBC문화방송국에서 드라마·영화 분장을 맡았고, 지난 5월 대구연극제에서 분장상을 받았다. 대학 의류학과를 졸업하고 개인 무대의상실로 독립한지 2년쯤 되는 서씨는 기성극, 아동극 의상을 맡고 있다.

"극단들이 제작비도 미리 정하지 않고 '안면'으로 일을 부탁하지만, 빤한 처지에 이윤을 따질수도 없고…. 정말 아는게 더 무섭죠. 제작비에 맞추다보니 집에 있는 책상을 색칠해서 소품으로 쓰기도 하고, 침대시트를 뜯어 의상을 만드는 일까지 있어요".

제작비에 맞춘 무대는 창의성을 떨어뜨리고, 지역 스태프들은 일거리를 좇아 서울로 가고, 결국 비싼 비용을 물고 중앙의 인력과 시설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훌륭한 무대세트도 보관장소가 부족해 곧 "불이라도 때서 없애야"하는 형편. 악순환의 원인은 물론 '큰 덩치는 서울사람에게, 작은 것은 대구로'맡기는 상황때문이다.

최정주씨는 "폐교 등을 개조한 세트·의상 공동보관창고 마련도 필요하지만, 시나 문화예술회관, 연출자들이 대구스태프들의 역량을 믿고 일을 맡겨 키워주는 마인드가 가장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연출가, 배우들조차 스태프들을 전문가로 대하지 못하는 인식부족도 안타깝다. "재료비만 따지지, 창작에 따르는 노동은 생각 못하는 것 같아요. 공연 보름전에 '의상이 대충 이러면 좋겠다'며 추상적으로 주문할 땐 정말 답답하죠"(서보영). "배우가 분장 어렵게 하지말고 쉽게 가자고 할 땐 아쉽죠. 배우들은 관객들이 자신의 연기만 본다고 생각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분장이 제일 먼저 시선을 끌죠. '잠깐 도와주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니까 그런 겁니다"(전용수).

끝으로 왜 돈도 안되는 일을 하냐고 묻자 빙긋 웃는다. "그래도 연극이 좋으니까요".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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