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향가에 곡 붙이면 노래로 다시 태어난다

'죽고 사는 길은 이 땅에 있음에 두려워하고/나는 갑니다 말도 못하고 가나니잇고?/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 여기 저기 떨어지는 잎같이/한 가지에 나고 가는 곳 모르는구나'.

전해지는 향가 중 최고봉으로 손꼽히는 이 작품은 신라시대 월명사가 죽은 누이의 49재때 부른 노래로 전해지는 '제 망매가'이다.

이 작품을 비롯, '처용가' '서동요' '모 죽지랑가' '안민가' '도솔가' '도 천수대비가' 등 일곱수의 향가가 29일 오후 7시30분 경주서라벌문화회관에서 노래로 다시 태어난다.

이임수(동국대 교수) 이태수(매일신문 논설위원)씨가 가사를 현대시어로 개사하고, 작곡가 임우상(전 계명대 교수) 김정길(계명대 교수) 정희치(경북대 교수) 권태복(대구미래대 교수) 황의종(부산대 교수) 박상진(동국대 교수)씨 등 곡을 붙였으며 소프라노 신미경 구은희 홍순지, 베이스 이의춘씨 등이 솔리스트들이 출연한다

국악관현악 반주는 1997년 동국대 국악과 졸업생과 재학생들로 구성된 동국국악예술단(지휘 박상진·대구시립국악단 상임지휘자)이 맡았으며, 예술단 내 무용단의 춤과 퍼포먼스도 함께 이뤄진다.

승려, 화랑 등에 의해 만들어진 향가는 한자의 음이나 훈을 딴 향찰, 혹은 이두로 표기돼 현재 삼국유사에 신라향가 14수, 균여전에 고려향가 11수 등 25수가 전해지고 있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서동이 선화공주를 꾀기 위해 동네 아이들에게 부르게 했다는 '서동요'나 처용이 아내의 부정현장을 보고 불렀다는 '처용가' 등 향가는 모두 노래로 불려졌으나 가사만 전할 뿐 곡조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박상진씨는 "신라의 천년 고도인 경주는 문화유적이 많지만 경주다운 노래나 춤 등 무형문화재쪽은 다소 미약한 편"이라며 "이번 발표회는 늘 노래와 춤으로 삶의 희로애락을 표현했던 문화국가 신라의 모습을 재현하고 경주를 대표하는 노래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또 박씨는 "1, 2년의 계획으로 남은 신라향가 7수에 대한 '신 신라향가 창작발표회'와 함께 고려향가 11수까지 발표회를 가진 뒤, 전 작품을 꿰어 경주를 대표하는 뮤지컬이나 총체극으로 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화기자 jjhw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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