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자리 찾는 30, 40대 여섣들

"창업을 해 내일을 갖거나 그도 아니면 일자리를 찾아야죠". 이말을 주부들의 한가한 푸념으로 여긴다면 세상물정을 한참이나 모르는 소리다. 요즘 많은 주부들의 관심은 그들의 '일'이다. 특히 출산과 육아의 짐에서 어느정도 벗어난 30, 40대주부들이 그들 자신이 할만한 일을 찾아 나서고 있다.

주부들은 일손을 놓은지 수년이 지나면서 딱히 떠오르는 일거리는 없다. 솔직히 자신도 없다. 그러나 용기를 내서 인터넷도 뒤적이고 여성교육기관에서 자격증 취득에 열을 올린다. 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창업·취업설명회도 부지런히 참석한다.

지난 21일 오후 대구여성인력개발센터(관장 박선)에서 열린 2002 유망직종설명회. 드문드문 남성들이 보이긴 했지만 대부분을 차지한 주부들 150여명이 강당을 빼곡히 메우고 있었다.

"저절로 굴러오는 일거리는 없습니다. 집에만 있지 않고 다른 여성들의 말도 들어보면서 가급적 빨리 취업을 할 계획입니다". 고3 아들을 두고 있는 주부 손모(43·대구시 북구 복현동)씨는 신문 구인란을 살펴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장애 6급인 손씨는 영업직은 어려워도 사무직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손씨는 "전화받고 경리 보는 정도의 일은 어디서든 할 수 있다"며 "목소리만큼은 처녀적과 달라진게 없는 것 같다"며 밝게 웃었다. 항상 세상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손씨는 오늘 구인·구직상담에서 실패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20년 전업주부 김모(45·대구시 달서구 월성동)씨는 "보수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며 집에서 살림만 하다보니 최근 약간의 우울증 증세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일상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요량으로 일자리를 알아보는 중이다. 일을 할 수 있으면 행복할 것 같다는 김씨는 결혼하기전 취득한 영양사 등의 자격증이 있어나 지금은 무용지물.

"그 나이에 일은 무슨 일이냐"라며 남편이 핀잔을 주지만 개의치 않는다고. 1남1녀 자녀들도 고교생, 대학생으로 훌쩍 커버렸고 이젠 무언가 의미있는 일거리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방송통신대 영문학과에 편입, 영어 회화·단어와 매일 씨름하며 실력을 쌓고 있다고 귀띔했다. 어린이 영어지도사를 목표로 잡고 있다면서 부족한 부분을 계속 보충해나갈 생각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최근까지 직장을 다녔다는 박모(37·대구시 수성구 범어동)씨는 창업을 염두에 두고 발품을 들이고 있다. 여성교육기관에서 소규모 자본으로 할 수 있는 빵·과자&쥬스반과 커피전문점 등의 과정은 이미 이수했다. 경험이 없기때문에 인터넷 정보검색은 하루에도 수십번씩 체크해야 마음이 놓인다.

전재산을 쏟아 부어야 할지도 모르는 이번 창업 계획에서 어떤 프랜차이즈가 믿을만 한지, 함정은 없는지, 인테리어는 어떤게 좋을지 꼼꼼히 챙기고 있다. 박씨는 "6살배기 아들의 육아가 마음에 걸리지만 어차피 시작할바엔 반반한 테이크 아웃점을 경영할 꿈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예전에 대구 동성로에서 가게를 운영했었다는 이모(45·대구시 수성구 파동)씨는 벌써 몇개월째 서울 이화여대 및 홍익대 주변 대학가 현장답사를 오가고 있다고. 과거의 실패 경험때문에 이번엔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그러나 이씨는 "아이를 기르는 동안 일하던 감각을 잃은 것이 더 걱정이다"고 말했다.

대구여성인력개발센터 박선 관장은 "예전에는 취업·창업상담을 해오는 주부들이 막연하게 일할 곳을 찾았지만 최근엔 자격증이나 구체적인 경력을 제시하며 일자리를 요구하는 주부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노진규기자 jgro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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