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군 봉양면 풍리리에 사는 농부 박연수(48)씨는 어쩌면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온갖 불행을 다 경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힘든 삶을 살았다.
남의 집에서 머슴을 살던 부친을 일찍 여의고 가난에 찌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 20살엔 척추가 굽는 요추만곡으로 지체부자유 3급 판정을 받았고, 장애의 몸으로 노모를 부양하면서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지체부자유 2급인 아내와 결혼했다.
소작농으로 근근히 생활을 꾸려나갔지만 그나마 손바닥만한 전답도 자신의 골수염과 아내의 치료비를 대느라 모두 팔아야 했다. 결국 지난 89년엔 다섯 식구의 생계마저 위협받자 거택보호자로 지정됐다. 94년엔 생활안정자금7천만원을 융자받아 한우를 입식했지만 소값파동과 외환위기로 자활의 꿈은 깨지고 말았다.
그러나 박씨는 좌절하지 않았다. 취로사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며, 남들보다 배 이상 노력했다. 박씨의 성실함에 탄복한 이웃 주민들이 마을 이장으로 박씨를 추천하고, 잠시나마 행복을 맛볼 무렵 함께 고생하던 아내가 지병으로 숨을 거뒀다.
박씨는 포기할 수 없었다. 다시 소를 키우고 과수농사를 지으며 두 자녀를 교육시켜 사회에 진출시켰고, 이제는 가난한 장애인이 아닌 성공한 농부로 자리매김했다.
"늙으신 어머니와 단 둘이 살면서 힘들 때도 있지만 결코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대학 졸업반인 큰 아들과 직업군인인작은 아들이 있어 든든합니다".경북도는 26일 '제11회 자활자립상' 대상 수상자로 박씨를 선정했다. 이밖에 분야별 수상자 16명은 다음과 같다.
△자립상 하계주(50.예천군 감천면 포리), 서상율(45.경주시 건천읍 화천1리) △자조상 박옥숙(33.칠곡군 북삼면 율리), 김민자(37.포항시 북구 용흥동), 박만용(56.김천시 남산동), 권명희(40.영주시 풍기읍 동부리), 이애자(40.군위군 의흥면 이지리), 지용하(58.울진군 죽변면 화성리) △근면상 정옥화(39.봉화군 춘양면 학산리), 최종란(34.포항시 남구 해도2동),김화주(58.상주시 함창읍 구향리), 이재호(59.영양군 석보면 포산리) △장려상 유기준(45.영천시 대창면 대창리), 강인자(56.문경시 신기동), 우인숙(44.고령군 다산면 나정리), 김윤수(45.성주군 선남면 소학리).
시상식은 다음달 26일 의성군 문화회관에서 수상자 가족과 사회복지전담 공무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대상 수상자에게는 도지사 상패와 1천만원 상금이 주어지며, 자립상 각 500만원, 자조상 각 300만원, 근면상 각 200만원, 장려상 각 1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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