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림이야기-없어져야 할 공모전

"대한민국미술대전(국전)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아직도 사회에서는 국전을 '지고무상한 등용문' 쯤으로 여기는 이가 적지 않다. 시대가 확 바뀌었는데도일제시대부터 내려오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것만 봐도 뭔가 냄새가 나지 않는가.

얼마전 대구의 한 화랑에서 '국전대상 작가 4인 초대전'이 열린 적이 있다. 대상작가라는 거창한 타이틀 때문인지 꽤 많은 사람들이 갤러리를 찾았다.근데 이를 본 관람객 상당수가 별다른 감흥을 느낄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한 미술애호가는 "솔직히 한 작가를 제외하고는 너무나 평범했다"고 실망감을감추지 못했다.

예술이라는게 신인시절의 작품만 갖고 제대로 판별할 수 없다. 그후의 노력이나 자세, 정신 같은 덕목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불세출의 천재가 아닌 바에는….한 중견작가의 얘기. "국전에서 큰 상을 받고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탄탄대로를 달리는 화가가 거의 없습니다. 국전에 입상할 만한 그림 틀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서양화의 경우 극사실로 그리든지, 풍경.인물을 그리든지 하는 방식 말이죠. 그것에 평생 매달려 있다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지 못하고 허송세월하는 화가를 많이 봤습니다". 요즘 화가들이 포트폴리오(작품)를 들고 화랑을 찾아가면 화랑주들은 국전 특선, 시전 대상 등 공모전 입상 경력을 발견하면 오히려 코웃음을 친다. 그림이 틀에 박히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더욱 웃기는 것은 일부 작가들이 그림을 팔 목적으로 이런 간판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미술세계를 정확히 모르는 고객을 현혹시키는 수단으로 삼는 것이다.그것도 제대로 괜찮은 상을 받았다면 모를까.

얼마전만 해도 '국전참가 작가' '국전출품 작가' '국전입상 작가' '국전입선 작가' 등 턱도 아닌 타이틀이 버젓이 통용됐다. 누구나 참가할 수 있고 매년 1천명 가까운 사람들이 입선을 하는데도 이런 얘기가 나오는걸 보면 아직도 사회에 어리숙한 구석이 많은 모양이다.

요즘 이름을 떨치고 있는 유명화가의 경우 국전 근처에 가보지도 못한 이가 대부분이다. 그중에는 국전에 출품을 했지만 입선도 하지 못한 이도 있다.비국전 출신이 더욱 작품성을 인정받는다는 것은 심사과정이나 방법이 그만큼 잘못돼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도대체 무엇을 위한 국전인지 알 수 없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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