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중학교 학업을 포기해야만 했던 한 까까머리 소년이 역경을 딛고 자수성가해 모교에 등교(?), 후배들 앞에서 뜻깊은 인생 강연을 했다.
고아 출신으로 봉화의 한 농가에 입양됐던 인연으로 도회지에서 돈을 벌어 8년전부터 봉화에서 제법 큰 식당업을 하면서 결식아동과 홀몸노인 등 불우한 이웃에게 자선을 하고 있는 김승수(42)씨. 그는 비록 중학교 졸업장은 받지 못했지만 인생의 선배 자격으로 25일 소천 중·고교를 28년만에 다시 찾았다.
김씨는 137명의 후배들 앞에 서자 "28년만의 등교에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나는 세번의 버림을 받은 사람입니다. 첫번째는 3세때 부모로부터 10원짜리 지폐 한장과 함께 야간열차에 버려진 것이고 두번째는 정부가 운영했던 고아원에서 생활하다 버림을 받아 두메산골 소천면의 한 가정으로 배당됐지요".
그는 이어 "세번째 버림은 학교로부터였습니다. 6학년 겨울방학때 중학교 입학금을 마련한다고 동상에 걸려가면서까지 산판에서 일을 해 4만6천원을 벌어 6천150원은 입학금으로 냈고 나머지 돈은 술주정뱅이 양부가 써버리는 바람에 책과 가방·교복값을 내지 못해 입학한 지 20여일만에 학교에서 쫓겨났습니다".
자신의 숨기고 싶은 과거, 가슴 아픈 사연을 거침없이 토해낸 그는 그러나 표정 어디에도 차갑기는커녕 오히려 밝고 당찬 모습뿐이다. '성공해 돌아오겠다'는 생각으로 잡초처럼 우뚝 일어나 이제는 주변으로부터 성공했다는 말을 듣고, 이렇게 후배들 앞에 섰습니다"라며 차분한 목소리로 후배들에게 성공하는 6가지 '쌍기역(ㄲ)'론을 강조했다. "첫째는 동기가 유발된 '꿈'을 가지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완전히 미칠 수 있는 '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어떤 일이든 성공하려면 '끈기'있고 줄기차게 해야한다. 또한 번뜩이는 꾀(지혜)를 가져야 하며, 어떤 일이든 야무지게 결단을 내고 이를 밀어붙이는 '깡(강단)'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마지막으로 "'꾼'이 되어줄 것을 당부했다. 장사치가 아닌 장사꾼으로 상도(商道)를 지키고 고객으로부터 번 돈을 사회로 환원하는 꾼이 되어 달라"고 했다. 그는 또 후배들에게 "동기가 유발된 원대한 꿈을 가지고 안주하지 말고 이를 이루기 위해 끈기있게 앞으로 나가자"는 말로 40여분간의 강연을 끝냈다.
평소 선생님들께는 좀처럼 듣기 힘든 인생 체험에서 배어나온 신선한 '충격'의 강연을 들은 학생들은 선배에게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김씨는 자신의 어려웠던 과거를 떠 올리며 이날 학교에 장학금 100만원을 전달했다.
봉화·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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