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별기고-분권 대통령 찾아야

대선이 22일 앞으로 다가왔다. 오늘 공식 선거운동도 시작됐다. 1강 2중의 재미없는 구도가 무너지고 흥미진진한 양강 구도로 재편되면서 국민적 관심도 폭발하고 있다. 재미도 그만큼 커졌다.

선거는 축제라고 했으니 재미있어진 것은 일단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선거는, 특히 대통령선거는 축제 이상의 국가대사다. 국민통합과 새로운 사회건설을 위한 정치적 빅 이벤트인 것이다. 이번 대선이 갖는 지대한 역사적 의미를 되새겨 보아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먼저 이번 대선은 21세기 들어 처음 맞는 대선이다. 21세기는 세계사적으로 20세기와 뚜렷하게 구별되는 새로운 시대다. 식민지 체험과 전쟁과 이념대결은 전형적인 20세기 유물이고, 21세기는 다원주의와 참여민주주의, 공존과 상생의 시대다. 새로운 세기를 맞아 처음 실시되는 이번 대선을 통해 우리나라도 민주주의와 상생의 새 시대를 열어갈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정치틀 짜는 선거

이번 대선의 정치사적 의미도 각별하다. 3김 정치에서 졸업하는 첫 선거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을 치르고 나면, YS와 JP는 물론이요 DJ도 정치 무대의 뒤켠으로 물러설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 정치가 명실상부하게 3김식의 낡은 정치틀과 관행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 결과 역시 이번 대선에서 판가름난다.

바라건대 이번 대선은 대중동원의 낡은 정치틀 대신에 국민참여의 새 정치틀을 세우는 선거여야 한다. 나라를 분열시키면서 군림하는 지도자가 아닌, 국민을 섬기면서 통합해 내는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특권층과 특정 정파의 이익에 봉사하는 '그들만의 정치'에서 벗어나,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우리들의 정치'를 세워내는 대선이어야 한다.

검은 뭉칫돈에 휘둘리는 '부패 정치'를 청산하고, 투명하고 깨끗한 '헌신의 정치'를 실천할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것이다. 반칙과 술수의 정치를 버리고, 원칙과 대의의 정치를 펼쳐갈 지도자를 선출하는 대선이어야 한다. 그래서 이번 대선은, 특권층과 기득권집단의 축제가 아닌, 서민과 보통사람들의 축제가 되어야 한다. 돈없고 빽없는 사람들도 신나게 일할 수 있고, 젊은이들이 희망을 노래할 수 있는 21세기를 여는 대선이어야 하는 것이다.

이번 대선의 역사적 의미는 단지 낡은 정치틀을 바꾸는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번 대선은 5년 전에 IMF 외환위기를 불러왔던 낡은 국가 패러다임을 총체적으로 혁신하면서 21세기가 요구하는 새로운 국가 모델을 건설해야 하는 절박한 과제도 안고 있다. 망국적인 지역주의와 남북대결 구도, 정경유착과 지도층의 도덕적 해이, 1인 보스중심의 정당구조와 황제식 재벌경영체제 등 낡은 국가패러다임을 혁신해 낼 강력하면서도 민주적인 리더십을 창출해 내야 하는 것이다.

지방위기 대안 제시해야

국가패러다임의 혁신과 관련하여 지방민들에게는 특별하게 떠오르는 또하나의 염원이 있다. 이번 대선이 '중앙집권-수도권집중'의 낡은 국가패러다임을 '지방분권-지방분산'의 패러다임으로 바꿔내는 계기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번 대선에서 우리는 지방 위기의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하면서 지방화와 지방분권의 틀과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후보를 찾아야 한다. 지방분권에 대한 기득권 집단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지방살리기를 강력하게 실천할 수 있는 분권 대통령을 찾아내는 것이야말로 21세기의 국가 장래를 걱정하는 양식있는 유권자의 몫인 것이다.

20세기가 저물었다고 해서 21세기가 저절로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냉전체제의 세계사적 수명이 다했다고 해서 냉전질서가 이 땅에서 그냥 물러나는 것도 아니다. 3김이 현실정치에서 퇴장한다고 해서 낡은 정치가 스스로 막을 내리는 것도 아니다.

새로운 시대를 열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것은 국민의 깨어 있는 의식과 유권자의 한표 한표로만 가능하다. 민주사회에서 정치의 수준은 유권자가 결정짓고 국가의 미래는 국민이 만드는 법이다. 21세기 첫 대선을 밝고 희망찬 국민축제로 승화시킬 유권자의 냉철한 판단과 현명한 실천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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