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집 김치도 중국 배추?

한국의 김치산업이 안팎으로 커다란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최근 김치산업은 중국에서 밀려드는 배추와 양념류로 담근 '중국산 김치'가 봇물처럼 밀려드나 하면 안으로는 2세대들의 서구식 맛에 대한 선호와 편한 것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의 정착으로 가정김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또한 공장김치의 경우 김치맛의 세계화로 인하여 전세계적인 판매망을 가진 다국적 기업의 주문을 받아서 단순히 담아주기만 하는 하청업체화하는경우까지 불거지고 있다.

◇중국산 김치와 토종 김치의 한판 싸움

지난해 농민들의 대규모 시위로까지 이어졌던 중국산 마늘과 고추의 수입에 이어 중국산 생배추까지 국내로 쏟아져 들어와 '기무치'를 물리치고 세계적인 브랜드로 자리잡은 한국 김치의 '토종맛 지키기'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농림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배추는 올들어 지난 9월말까지 33만6천달러 어치(1천508t)나 수입돼 지난해 같은 기간의 5만8천달러(241t)에 비해 무려 480%나 늘어났다. 물론 수입 배추의 99%는 중국산 배추다.

마늘 수입물량도 1만62t에 달해 지난해 1~9월의 7천572톤보다 33% 늘어났다. 농림부는 올해 마늘 전체공급물량(43만5천t) 가운데 약 10%인 4만1천t을 수입마늘이 차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소비자들은 중국산 배추로 담근 김치가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중국산 수입이 이처럼 해마다 급증하고 있는 것은 양국 농산물 간의 가격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중국산 농산물은 관세를 부과해도 국산에 비해 최소 5분의 1 가격에 불과, 적지 않은 음식점이나 김치업체들이 결국 중국산 김치와 재료를 찾게 된다는 것.

소비자들은 "중국산 배추와 고추, 마늘로 담근 공장김치를 사먹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 세계브랜드화하고 있는 순 우리김치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대책이시급하게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림부 관계자는 "2005년 이후 세계무역기구(WTO)의 재협상 결과에 따라 관세율이 낮아지면 농산물 수입이 더욱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라며 "우리의 식탁이 중국산 김치에 의해 점령당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우려했다.

◇김치맛 외국 환대 의미 되새겨야

김치맛에 대한 지구촌 각국의 환호는 세계적인 유통망을 가진 모 다국적 기업이 김치판매에 나서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 그만큼 김치맛을찾는 세계 가족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김치의 정체성이 날이 갈수록 흔들리고 있다. 이미 서구맛에 길들여진 2세들은 젓갈이들어간 발효식품 김치를 덜 찾고 있으며, 편리를 추구하는 주부들의 가치관은 이미 겨울 양식인 김장담그기를 외면하게 만들었다.

대신 다양한 포장김치와 공장김치가 개발되고 있으며, 시장마다 '김치 아줌마'들이 포진하고 있다. 이미 브랜드 마케팅이 확실하게 된 김치를 고부가가치화 하거나 표준화하여 세계식품으로 만들려는 차원의 노력은 떨어지고 있다.

한때는 김치냉장고를 이용하여 한꺼번에 김치를 담그는 가정이 많았으나 요즘은 아예 한달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배달김치를 먹는 가정도 꽤 늘었다. 김치공장들은 "김장철에는 각 가정에서 김치를 담그므로 공장김치는 비수기였는데 올해는 완전히 그런 현상이 깨어졌다. 맞벌이건 전업주부건 김치를 담지않으려는 풍조 때문에 공장김치의 비수기는 없어졌다"고 말한다.

서문시장에서 10여년째 배추 등 채소를 팔고 있는 주모(57·중구 대신동)씨는 "김장철이지만 배추 소비물량은 거의 늘지 않고 있다"며 "6, 7년 전만 해도 수십 포기씩 김장배추를 주문하는 사람들이 줄을 섰는데 이제는 많아야 한집에 10포기 정도 사가면 많이 사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춘수기자 zap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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