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TV 일일 아침드라마 '색소폰과 찹쌀떡'의 무대는 악기점과 떡집이 공존하는 서울 한복판 낙원동. 제작진이 낙원(樂園)을 앞세운 까닭은 평범한 이들의 일상적인 삶 속에 파라다이스가 녹아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추억의 찹쌀떡과 오케스트라에는 포함되지 않는 색소폰을 드라마의 제목으로 삼은 것은 보통사람들의 갈등을 해결하는 가족드라마로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이 드라마는 기획의도와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여의사가 딸이 있는 색소폰 연주자인 이혼남과 결혼한 후, 중병에 걸린 남편의 전처를 간호하는 '한 지붕 두 가족'이다. 후배 여의사를 사랑하여 이혼한 남자는 이혼 후에도 전처의 집을 들락거리고 질투를 일삼는다. 이혼한 여자는 조각가 남자와 만남과 헤어짐을 끝없이 되풀이한다. 갈등이 지지부진하고 꾸며진 선함만 가득한 가족 드라마다.
TV를 가족매체라고 부르는 이유는 위치한 공간·시청분위기·시청시간 모두가 가정을 중심으로 맺어진 때문이다. 집안에서 가장 좋은 위치에 TV를 두는 것도 생활의 중요성에 따른 결과다. 마루를 닦으면서 보는 것과 같은 시청의 유동성은 TV속의 허구와 실제를 오가면서 즐기는 탓이다.
그래서일까. TV드라마의 소재는 대부분 가족이다. 플롯·배경·등장인물들이 일상을 겨냥하는 가족드라마가 시청률이 높다. 뛰어난 미남미녀보다 개성 있는 연기자가 어필하는 것도 시청자에게 친밀감을 높이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드라마의 인물과 실제 배우를 혼동하는 것은 친밀감에서 연유하는 TV시청체험의 한 단면이다.
가족드라마의 기본요건은 삼현주의. 장소와 인물의 현실성, 때와 진행의 현재성, 작품의 현대성을 지녀야한다. 하지만 아침드라마 '색소폰과 찹쌀떡'은 이런 것들을 철저하게 무시한다. 환타지를 주지도 않지만 현실 자체에 바탕을 둔 다큐드라마도 아니다. 드라마성을 강조하면서도 드라마의 형식을 취하지 않는다. 이유는 하나. 아침드라마의 주요 시청자인 주부들을 무시한 결과이지 않겠는가.
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sdhant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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