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비닐우산과 거품

꼭 다섯 해 전 이맘 때, 필자는 홍콩에서 금융기관에 근무하고 있었다. 그 해 시월 초, 구제금융이 막 시작된 인도네시아 출장에서 만난 현지은행의 H은행장은 이미 그들이 경험한 아픔의 교훈을 열심히 설명하였고, 필자는 '내일'이 있지 않느냐는 위안의 말을 남겼다. 그런데 출장에서 돌아온 지 불과 한달 남짓 후에 한국도 똑같은 경제위기 사태가 발생하였다.

당시 해외에서 바라 본 우리 경제의 미래는 온통 먹구름 같았고, 너무도 안일한 대처로 폭풍우 치는 때의 비닐우산 같아 마치 '내일의 해'가 뜨지 않을 듯 온 나라는 불안과 걱정으로 '거품빼기' 전쟁을 벌였다. 얼마전 인도네시아 출장중에 5년 만에 다시 H은행장을 만났다. '한국은 내일이 보이는 듯하나, 인도네시아는 아직 터널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과연, 지금의 우리는 어떤가? 외환보유고 1,170억 달러, 국가신용등급 회복, 경제성장률 신장, 실업률 감소 등등 마치 우리경제가 탄탄대로(?)를 달리는 듯한 착각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곳곳에 안전핀 기능이 상실되어 크게 우려되고, 경제주체의 체감경기 급락 등 제2의 경제위기설이 팽배하다.

다시 말해 곳곳에 심각한 도덕적 해이와 위기의 징후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거기에다 혈세(血稅)의 국록(國祿)을 축내는 금빛 철밥통(?)의 철새 행진… 게다가 소비심리의 위축으로 소비자 기대지수가 계속 하락하고 있고, 유흥·사치성 수입과 단기외채의 급증, 가계부채의 급증, 저축률의 하락, 카드 빚과 주택자금 대출이 위험수위를 이미 넘어섰고 또 신용카드 연체률이 최고치를 나타내고 있다. 주변을 보자. 모두들 지갑이 두둑(?)하다. 어떤 이는 온통 플라스틱 카드로 가득 차 있다.

세계경제성장의 불확실성에 적극 대처하고 위축된 심리지표의 거품을 걷어내기 위해서는 낙관도 비관도 아닌 그야말로 가정경제 단위의 주체인 개인의 '알뜰 전략'이 절실히 요구된다 하겠다. 가정경제로부터 출발하는 분수(分數)에 맞는 생활이야말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가장 현명한 지혜요, 방법이 아닐까?

김영국 대경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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