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우승팀 삼성과 준우승팀 LG에는 훈기가 감돌았다. 삼성은 21년만에 한국시리즈 첫 정상을 차지했으며 LG도 멋진 승부를 펼쳐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그러나 호사다마랄까, 잘 된 집안에 갑자기 한기가 엄습했다. 삼성은 에이스 임창용이 해외진출을 앞두고 사생활 문제로 삐걱거리고 있고 LG는 김성근 감독을 전격 해임,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LG 구단은 기대 이상의 좋은 성적을 거두고도 어윤태 사장과 갈등을 일으킨 김성근 감독을 해임, 팬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김 감독은 시즌 종료 후 코칭스태프 인선 문제와 관련, 구단과 충돌했고 구단은 끝내 그의 옷을 벗겼다.
김 감독의 해임으로 드러난 속사정을 살펴보면 김 감독은 시즌 중에도 구단과 갈등을 일으켜왔고 김 감독을 '장악'하지 못한 어 사장은 그가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LG가 추구하는 '신바람 야구'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를 해임했다.
지금으로부터 12년전인 90년 한국시리즈에서 LG와 맞붙은 삼성은 비슷한 경험을 했다. 당시 삼성은 LG에 4연패로 어이없이 무너져 정동진 감독을 해임했다.정 감독은 올해 김 감독과 마찬가지로 팀을 한국시리즈에 진출시키고도 옷을 벗어야 했다.
그 무렵 '우승 강박증'에 시달리던 삼성은 정 감독이 한국시리즈에서맥없이 패하자 미련없이 그를 내쳤다. 삼성은 그러한 전례에서 나타나듯 감독 잘 바꾸기로 유명한 구단이었다.
올 시즌 삼성의 우승 원인 중 하나로 구단 프런트가 김응룡 감독을 적극 지원한 점을 꼽을 수 있다. 삼성은 구단이 감독의 지휘권에 간섭하다 팀 성적에 악영향을 미치는 걸 뼈저리게 경험, 지원에 충실한 프론트 본연의 역할로 되돌아왔다.
그러나 90년 당시 프런트와 선수단의 환상적 궁합을 보여줬던 LG는 이제 말 안듣는다는 이유로 감독을 경질, 졸렬한 구단이 되고 말았다. 독선에 가득 찬 LG 구단 사장은 프로야구의 역사가 주는 교훈을 모르는 것일까.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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