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의 눈-먹어서 몸을 좋게 한다?

우리나라 사람은 건강에 좋다는 음식에 대한 호기심과 욕심이 많아서, '무엇인가를 먹어서 건강을 좋게 하고 나아가서 병까지 고치겠다'고 하는 심리가 강하다. 땀 흘려 운동을 하기보다는 다이어트 약으로 쉽게 체중을 줄이려고 하고 밤새워 술.담배를 계속 하면서 신통한 약이 간의 기능을 회복시켜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부모님이나 친지들에게 약 내지 건강식품을 선물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선물은 신중하게 하는 것이 좋다.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못한 건강식품이나 세상에 떠도는 막연한 소문에 솔깃하여 치료시기를 놓치거나 병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치료약을 복용할 때는 양약이건 한약이건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하여야 한다. 특히 당뇨, 고혈압 등 만성 성인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아무 근거도 없이 막연히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약을 덥석 먹어 오히려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병원 약은 평생 먹어야 한다'며 민간요법을 고집하다가 치료기간만 더 길어지는 당뇨병 환자가 있고, 빈혈 환자가 병원에서 처방한 약 대신 친지들이 권하는 건강보조식품에만 매달리다 결국 병이 악화되기도 한다.또 간 기능이 떨어진 사람이 건강보조식품을 잘못 복용하여 급성 간염 등 부작용에 시달리거나, 심지어 목숨까지 잃는 경우도 있다. 골다공증에는 곰국이 치료효과가 있다고 맹신하여 곰국에만 매달리는 사람이나, 갑상선에 요오드가 좋다고 이것이 들어간 식품이나 약품을 많이 드시다가 갑상선종을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때로는 몸에 좋다고 생 뱀을 먹어 뇌에 기생충이 득시글거리는 분을 보면 정말로 안타깝다.건강보조식품 또는 기능성 식품은 식품을 가공하거나 제조시 특정성분을 첨가하여 만든다. 여기에 사용되는 성분들은 대개 천연식품에 들어있는 것들로 한꺼번에 많이 복용할 수 있게 가공하거나 먹기 좋은 제형으로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식사를 통하여 이런 천연성분들을 충분히 골고루 섭취할 수 있다면 굳이 이런 제품을 따로 더 먹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평소에 영양상태가 불균형하다면 부족한 성분이 강화된 제품을 먹음으로써 섭취량을 증가시킬 수 있다. 예를 들면 변비가 있는 사람은 식이섬유를 많이 섭취해야 하는데 평소에 과일·채소 등을 잘 먹지 않는다면 식이섬유가 첨가된 제품을 먹어서 보충할 수 있다.그러나 시중에 유통되는 건강보조식품은 대부분 성분 분석이나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고 제조되어 효능과 부작용이 확실하지 않은 것이 많다. 또 좋다고 하는 성분이 이것저것 섞여 있는 경우도 많아 부작용이 생겼을 때 어떤 성분이 문제가 되는지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시중에서 많이 유통되고 있는 국적불명의 다이어트약과 당뇨병.고혈압.관절염을 고친다는 약들, 정력에 좋다고 선전하는 보조식품은 종류를 불문하고 먹지 않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데 더 좋은 일이다. 철저한 검사와 허가과정을 거치고 나온 의약품과는 달리 이런 식품들은 법의 규제를 덜 받고 쉽게 제조 판매할 수 있고 광고도 비교적 자유롭다. 또 약국이 아닌 곳에서도 팔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런 식품들의 제조 판매에 열을 올리고 과장된 광고로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다.건강의 대원칙은 균형이다. 최고의 보양식은 일상의 음식에서 구할 수 있으며, 치료약의 경우는 전문의와의 상담과 진료를 통하여 자신에게 맞는 처방을 받아 복용해야 할 것이다. 효과가 불분명하고 성분을 모르는 건강보조식품을 함부로 복용하거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선물하여 혹시나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

서경진(서주 방사선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