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

"엄마 나도 나이키 신발 사줘" "얘야 그게 얼마인데 명품 타령이야" "친구들이 다 그런거 신고 다녀, 안그러면 따돌림 당한단 말이야" 자녀들과 이러한 대화를 한 두번 안해본 엄마는 없을 게다. 그럴 때 마다 엄마들은 황당해 한다. 10대는 모방심리가 강한 시기이다. 친구들의 유행을 따르지 않으면 혼자 뒤쳐진다는 느낌에 쉽게 빠져들고 또 또래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과시욕이 유난히 강한 시기이기도 하다.

▲자녀들의 명품 구매욕구를 무작정 들어 줄수는 없다. 특히 "엄마, 아빠를 조르기만 하면 무엇이든 사주더라" 하는 생각이들도록 하면 안된다. 이런 소비행태를 그대로 방치하면 자라나서 꼭 필요하지 않는데도 명품이면 구입해야 직성이 풀리는 잘못된소비습관을 갖게 된다. 요즘은 누구나 자식을 하나 아니면 둘만 가져 모두 귀하게 키운다. 웬만하면 부모가 덜 쓰더라도 자녀들의 욕구는 들어주는 경향이다. 그러나 잘못된 자식 사랑이 자식을 버리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국소비자보호원 김인숙 선임연구원은 "자녀가 무리하게 명품을 사달라고 할때는 무작정 꾸짖지 말고 비싼 명품 하나를 사면 다른 사고 싶은 것 여러가지를 사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깨우쳐야 한다"고 권한다. 우리 가정의 수입이 얼마고 생활비가 얼마며 자녀들의 교육비는 얼마인지 충분히 얘기를 나누면 대개는 이해하고 물러선다. 사치는 열등감의 표출이다. 겉모습보다 특기를 개발해친구들에게 자랑하도록 유도 하자. 무엇보다 부모가 명품을 자제하고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보여 자녀들이 자연스레 배우게 하는 것이 중요 하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최근 "한국인은 대출까지 받아 소비하는 국민으로 전락했다"며 경고하고 있다. 경제위기가 다시온다는압박감에 근로자들은 지갑을 꼭꼭 닫기 시작해도 백화점의 명품코너는 예외다. 이름도 생소한 각종 외제 명품들이 불야성을 이룬다. 카드빚으로 인한 개인 신용불량자는 118만명에 이르고 연체잔액은 5조원에 달한다. 이로 인해 자살이나 유괴, 강도사건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이 모두가 비뚤어진 소비심리 탓이고 어릴때부터 소비교육을 잘못 시킨 결과다.

▲26일은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이었다. 캐나다에서 경제를 살리고 환경보호를 위해 이날 하루 만은 과소비를 억제해 보자는 취지에서생긴 날이다. 우리나라 소비자 단체 및 녹색 연합 에서도 이날 홍보도 하고 각종 캠페인도 벌였지만 성과는 미지수다. 물건을 아무것도 사지 않을 수는 없지만 필요없는 소비는 억제하자는 운동인데 글쎄, 여전히 명품코너는 붐볐고 호화 유흥업소는 만원을 이뤘다니 못 말릴 국민인가 보다.

도기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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