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北 잇단 경제개혁 성공여부 불투명

북한이 올들어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한 일련의 획기적인 조치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에 부딪혀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7월 1일 농민시장 가격에 가까운 국정가격의 현실화, 임금의 대폭인상, 기업의 자율성과 책임성 강화, 경제계획의 부분적 분권화, 환율 현실화 및 '외화와 바꾼 돈표'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취함으로써 본격적인 경제개혁에 돌입했다.

또 지난 9월 12일 '신의주 특별행정구 기본법'을 발표, 이 행정구에 외교·국방을 제외한 입법·행정·사법권 부여, 외국인 및 물자의 출입과 외화 사용 자유화, 외국인의 공직 취임 허용, 50년 간 특구 내 생산수단의 배타적 이용권 보장 등 파격적인 특구실험에 나섰다.

이어 25일에는 '금강산지구법'을 통해 50년 간의 토지 임대권 및 양도권, 개발자에 대한 비과세, 관광지구 개발을 위한 법인·개인·경제조직들의 자유로운 투자허용과 그 재산의 법적 보호, 자유로운 외화 반출입 보장 등 관광 활성화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북한의 핵개발 '시인'을 계기로 중유제공 중단 등 미국의 경제제재가 한층 강화되고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의 지원도 갈수록 줄어들어 막대한 공급물량을 전제로 한 7·1 경제관리 조치는 시작부터 진통을 겪고 있다.

더욱이 북일 정상회담과 일본인 납치 시인을 통해 내심 기대했던 일본과의 경제협력은 사실상 핵개발 문제에 관한 미·일 공조라는 벽에 부딪혀 있으며 앞으로 조속한 시일 내에 돌파구가 열릴 수 있을 지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신의주특구 역시 초대 장관 임명 실패로 출발부터 지연되고 외자유치에 대한 북한의 기대를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렸다. 설사 북한이 양빈(楊斌) 장관 대신 다른 인물을 신의주특구 장관으로 임명한다고 할지라도 미국이 경제제재를 강화하는 조건에서 외국기업들이 이곳에 적극적인 투자를 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최근에 취한 이같은 개혁조치들이 미국의 대북 강경책을 누그러뜨리려는 우회전략이었으나 핵개발 문제가 불거지면서 사실상 효과를 보지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금강산지구법도 DMZ(비무장지대)를 관통하는 동해선 철도·도로의 연결이 선결조건이지만 현재 상호검증 절차를 둘러싼 북한군과 유엔사의 대립으로 지뢰제거작업이 무기한 중단돼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금강산지구법 역시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북한이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아무리 경제개혁을 위한 각종 조치를 취한다고 할지라도 궁극에는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이 완화되고 북미 관계개선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그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것은 자명하다.

북미관계 악화로 피해를 보는 쪽은 북한이지만, 현재 북한은 미국과의 '선 불가침조약 체결'을, 미국은 북한의 '선 핵포기'를 요구하는 등 북미관계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경제개혁 조치의 성공을 위한 북한의 결단이 주목된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은 미국이 조금만 명분을 주면 곧 북미관계 개선에 나설 것이지만 미국은 그에 응하지 않고 있는 만큼 양국관계가 상당기간 침체될 것으로 보이며 그만큼 북한의 경제개혁 추진에도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