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마당

별일 아닌 것이 큰 의미로 다가올 때가 가끔 있다. 며칠 전 아침에 본 일이 그렇다. 직장이 지척이라 집 앞 정류장에 오는 거의 모든 버스를 탈 수 있는 나는 그날 405번을 탔다. 바로 다음 정류장에서 아주머니 두 분이 타셨는데 한 분이 승차하자마자 버스기사분께 무지 화를 냈다. "앞차가 그냥 지나가는 바람에 45분이나 기다렸어. 날씨도 추운데". 같이 타신 분은 아예 말씀도 하기 싫으신지, "시끄럽다! 이놈의 405번은 맨날 이런 거 모르나"라고 하셨다.

그러자 버스기사는 "그랬습니꺼? 사정이 있었나보네. 그래도 그러면 안되지. 내 종점 가면 당장 그 405번(버스) (노선에서)빼라 할끼요". 순간 버스 안이 웃음소리로 가득해졌다. "암튼, 추우신데 죄송하게 됐습니다"라며 동료의 잘못을 대신 사과하시는 기사분에게서 '친절'을 보았다.

대중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바쁘다고 세우지 않고 지나가는 버스에 발을 동동 굴렀던 적이 한 두 번은 있을 것이다. 버스요금 인상 때마다 '서비스 개선 없는 요금인상'이라는 시민들의 불만이 대두되는 터에 그날 405번 버스기사의 친절은 더욱 마음을 흐뭇하게 하였다.

정미경(인터넷 투고)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