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농협간부 34억 챙겨 도주

단위농협 지소장이 전산망 조작을 통해 60억원을 빼내 챙기는 대구.경북 사상 최악의 금융 사건이 발생했다. 폐쇄된 신협에서 직원들이거액을 챙겨 도망가고 은행들에서도 유사한 사건들이 잇따르는 가운데 일어난 이번 사건은 신용을 생명으로 시민들의 재산을 맡아관리하는 금융권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에 위기경보를 울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농협.경찰 등에 따르면 28일 낮 12시40분쯤 대구 월배농협 월성지소(달서구청 인근) 구자강(45) 지소장이 전산망을 조작해 '무자원 송금' 방식으로 60억원을 빼내 3개 농협 계좌로 이체시킨 뒤 공범을 통해 39억5천400만원을 인출해 갔다.

구 지소장은 ㅇ종합판넬, ㅇ공업사, ㅌ주식회사 등 유령회사 명의의 농협 계좌로 돈을 송금한 뒤 다른 4개 은행으로 재이체했으며,공범 6, 7명은 기업은행.국민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 등의 서울.인천.광명(경기) 지점에서 현금.수표 등으로 돈을 찾아 챙겼다.

구 지소장은 직원 7명 중 4명이 점심식사를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낮 12시40분쯤 범행을 저지른 후 2층짜리 지소 건물 전체로 연결되는 전화 및 금융 전산망 전용선을 절단해 온라인망을 마비시킨 뒤 오후 1시쯤 잠적했다. 사고는 근무 중이던 여직원들이 컴퓨터망 이상을 발견해월배농협에 연락하면서 드러났으며, 농협측은 이체된 4개 은행에 돈 인출을 정지시켰으나 이미 늦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공범을 3명으로 보고 있으나 농협측은 "6, 7명은 돼야 해낼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월배농협 관계자는 또 "인출된 돈은 예탁금이 아닌 충당금으로 고객 피해는 없다"고 말했다. 구 지소장이 이체한 돈은 별도의 계좌나 실체 없이 전산조작을 통해 가공된 것이라는 것.

경찰은 키 175cm에 보통 체격인 구씨를 찾고 있다. 구씨는 1975년 대구시내 ㅊ고교를 졸업한 뒤 1977년 ㅊ단위농협을 통해 입사했으며작년 9월1일부터 현직에 근무해 왔다. 달서구 두류동 집에는 부인(42) 아들(18) 딸(15) 등 가족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찰은 구씨가 도박.주식투자 등 때문에 범행했을 가능성을 놓고 수사 중이다.

사고 소식이 알려지자 월배 월성지소에는 밤늦께까지 고객들의 문의 전화가 이어졌다.한편 농협에서는 비리 사건이 잇따라 지난달 청송 진보농협 고추 납품비리 사건으로 2명이 자살하고 7명이 구속됐으며, 지난 5월 영양의 한 농협 직원이 3억여원 어치의 쌀을 빼돌렸다가 들킨 적도 있다.

같은달 농협 구미지점 한 직원은 고객 예금전표를 폐기해 6억여원을횡령했으며, 작년 5월에는 경산 모 농협 직원의 공금 유용, 작년 2월에는 군위농협 간부의 8천만원 횡령 등 사고가 잇따랐다.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과 달리 단위농협은 농어민 조합원들이 낸 출자금으로 운영되는 것이어서 횡령 등 사건은 곧바로 조합원 피해로연결된다"고 밝혔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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