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에서 전투를 할 때도 잠은 자야 합니다. 그러나 용맹정진은 잠을 자지 않으면서 깨어있는 상태에서 자신과 처절하게 싸우는 전쟁입니다".불가의 수좌(首座)스님들이 겨울수행인 동안거(冬安居)에 들어간 가운데 태백산맥 각화산 중턱의 각화사가 산문 안팎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앞으로 15개월간 하루 2시간만 잠을 자면서 15시간 이상 가부좌를 틀고 참선에만 몰두하는 유례없는 용맹정진에 돌입했기 때문. 이곳에서 만난 철산 주지스님은 동안거에 임하는 수좌들의 자세를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에 비유했다.
신라 문무왕 16년(676)에 원효대사가 창건한 각화사는 조선 정조 원년(1777)에 중건, 당시 국내 3대 사찰의 하나였으며 800여명 승려가 수도할 만큼 큰 가람이었다. 또 각화사 동암은 혜암 전 종정 등 고승들이 수행하던 곳이었다.
찬바람을 가르며 찾아간 유서깊은 각화사에는 적막감에 잠겨 있었다. 그러나 대웅전 옆에 위치한 태백선원에는 전국에서 모여든 26명의 수좌들이 화두를잡고 용맹정진하는 모습은 산사에 불어오는 겨울 찬바람을 무색하게 했다.
'수행에 방해가 되니 출입을 금하라'는 것을 어기고 선방으로 다가가니 '무섭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침묵만이 흐르고 있었다. 과연 이들 수좌들은 무엇을바라고 어떤 화두를 들고 이렇게 처절하게 자신과 싸우고 있는 것일까.
이곳에 모인 스님들은 새벽 1시에 일어나 새벽 5시까지, 오전 7시부터 11시까지,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오후 6시부터 밤 10까지 공양시간을 제외하고는하루 15시간을 수행한다.
"동안거나 하안거 등 3개월 정도 하는 한 철 안거를 해보면 공부가 될만 하면 옮겨야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한곳에 오래 머물면서 훌륭한 스님과함께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같이하는 도반들이 모여 가행정진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철산스님은 이번 가행 정진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태백선원은 16명 정도 수행하는 것이 적당하지만 이번엔 지원자가 너무 많았다. 때문에 선방을 넓히고 세면대와 화장실 등도 신축할 정도였다고.각화사가 시도하고 나선 가행정진의 선풍에 뜻을 같이 해 많은 스님들이 이곳 태백선원에 모여든것은 우리나라 대표적 선승의 한 분인 선원장 고우(66)스님의원력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 고우 선원장에게 가행정진의 의미를 물었다.
"우리 스님들이 공부하는 것은 부처님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부처님이 살아가는 방법은 불교신도 등 특정 계층들에게만 이익이 돌아가는 것이아니라 모든 인류들에게 이익이 되고 정말로 더불어서 잘 살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진리로 보고 이것을 따르고자 하는 것입니다.
화두만 붙들고 생활과 무관하게 무작정 앉아 있는 것은 선의 본질이 아닙니다. 실제 생활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 곧 생활자체가 선이며, 부처님 법에 맞게 살아가는 것이 선이요진리입니다".
부처님의 법을 이해하고 실천하면 전쟁이나 테러가 있을 수 없고, '나'라는 존재가 없어져 전쟁이며 갈등이 없어진다고 설파한 고우 선원장은 이번 각화사 태백선원에서 이뤄지는 15개월 가행정진의 결실을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봉화.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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