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상당수 초.중.고교의 2월 학기가 대폭 짧아지는 대신 봄방학이 길어진다. 올 겨울방학이 늦게 시작해 개학도 늦기 때문에 2월에 5, 6일만 학교에 나갈 뿐 1, 2월은 내내 방학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겨울방학을 불과 한달 앞두고 발표된 학사일정에 불만을 터뜨리는 학부모도 적잖다.
◇어떻게 달라지나=겨울 학사일정 조정은 2월 학기가 형식적으로 운영돼 배우는 것도 없이 시간떼우기 식으로 진행된다는 비판을 반영한 것이다. 실제로 올해 2월에도 일부 학교에서는 교과서 진도가 끝나 비디오 테이프를 감상하거나 독서수업 등으로 대신해 눈총을 받기도 했다.
2월 학기 조정을 위해 우선 겨울방학이 늦춰진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는 연간 220일의 수업일수를 채워야 하기 때문에 12월 수업일을 늘려 겨울방학을 12월30일 전후로 늦춘다.
개학은 내년 2월8일 전후가 되고 15일 전후까지 등교하면 2월말까지 봄방학이 되는 것이다. 2월 출석일은 대구의 경우 짧으면 5일, 길어도 10일 이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학교 가는 날에는 졸업식, 종업식 등의 행사가 많아 실제 수업은 거의 이뤄지기 힘들 전망이다. 초등학교 교사들은 "수업 진도가 교과에 따라 2월로 넘어가기도 했지만 이제는 기간이 짧아 교과별로 총정리 위주 수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졸업식 1월에 할 수도 있다=학교 관계자들은 올해를 과도기로 판단하고 있다. 겨울방학을 아예 이듬해 1월10일쯤으로 미루고 개학을 곧바로 3월에함으로써 2월 학기를 완전히 폐지하는 전 단계로 보는 것.
각급 학교 졸업식도 아예 1월 중순으로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 이후로는 상급 학교 진학을 위한준비 시기로 충분한 시간을 주는 게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내년부터는 교원 인사 시기도 더 앞당겨질 전망이다. 2월 학기는 학생들에게는 비효율적 수업이라는 짐을 안겼지만 학교 차원에서는 교사 전.출입과 새 학년도 학교 운영 계획 편성 등에 적잖은 애로를 겪어왔기 때문이다.
교원 인사가 2월말에나 이뤄져 학교 운영 계획이 새 학기가 시작되고도 한참 지난 3월중순에 확정되는 등 비합리적인 요소가 많았던 것이다. 시지초교 서태원 교장은 "장기적으로는 2월 학기를 완전히 없애고 2월초에 교원 인사를 함으로써새로 전입온 교사들과 함께 학교 운영 계획을 수립해 개학 전에 모든 준비를 끝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경북은 학교별로 제각각=산지가 많은 경북은 대도시와 사정이 다르다. 12월 하순은 초등학생들이 학교 다니기에 너무 추운 날씨인데다 눈이오거나 얼음이 얼면 통학하기도 쉽잖은 곳이 많은 것.
또 농번기 휴가 등 특수한 측면도 있어 수업일수 조정이 올해로는 만만찮은 형편. 따라서 대도시처럼획일적으로 겨울방학을 늦추고 2월 학기를 줄이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경북도 교육청이 파악한 데 따르면 493개 초등학교 가운데 381개교가 12월20~26일 사이에 겨울방학에 들어간다. 가장 많은 날짜는 23일로 모두 216개교. 30일 이후로 잡은 학교도 많이 생겨 올해는 92개교가 이때 방학을 시작한다.
개학일도 390개교가 내년 2월2~7일 사이로 잡았고 봄방학도 2월21~24일 사이에시작하는 학교가 399개로 가장 많다. 도교육청 김상수 장학관은 "지역 특성상 올해는 2월 학기를 축소하기가 어렵지만 2월 학기의 비효율성을 줄이고 내년 이후에는 방학 일정을 다소라도 조정하는 방안을 연구중"이라고 했다.
◇학부모 불만은=각 학교들은 이달중 학교운영위원회를 열어 이같은 학사 일정을 이미 결정했거나 결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학교 사정에 밝지 않은 대다수 학부모들은 언론 발표를 보고 "뜬금 없이 무슨 얘기냐?"며 궁금할 수밖에 없다.
이번 학사 일정 조정은 획일적인 게 아니라 학교 자율로 결정되기 때문에 학부모들로서는 우선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연락해 어떻게 결정됐는지, 혹은 결정될지 알아보는 게 좋다.
그러나 교육청의 발표 이후 인터넷이나 학교를 통해 많은 불만이 들려왔다. 우선 발표가 너무 늦었다는 얘기가 많았다. 당장 자녀의 겨울방학과 크리스마스에맞춰 여행을 준비했던 학부모들의 불만이 눈에 띄었고, 중요한 학사 일정을 학교 구성원의 의견수렴도 않고 임박해서 발표하는 게 문제라는 지적도 많았다.
겨울방학이 늦어짐에 따라 학생들이 겪어야 할 추위 걱정도 컸다. 초등학생 학부모 이재희(33.여.대구 대곡동)씨는 "해가 갈수록 독감이 심해지고올해는 추위도 빨리 온 것 같은데 수업일수를 맞추려면 차라리 여름방학을 줄이고 겨울방학을 늘리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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